산업 산업일반

글로벌 특허戰 열세 뒤집기 노림수

애플, 특허괴물과 손잡았다<br>애플은 2선에서 조정역 '싸움꾼' 이미지 탈피 나서<br>LG 등 모든 IT社 사정권 삼성과 공방도 부담 된듯


애플이 특허괴물과 전격적으로 손을 잡은 것은 최근 잇따른 글로벌 특허소송에서 불리한 상황에 놓이자 사실상 전면전에 나서기 위한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특허괴물의 성격상 앞으로 삼성ㆍLG는 물론 모든 정보기술(IT)업 체들이 사정권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오광일 오티국제특허법률사무소 변리사는 "통상 특허괴물과 협력하는 것은 소송에 불리해졌을 때 전세를 역전하기 위한 카드로 활용된다"며 "애플의 이번 조치는 특허괴물을 전면으로 내세워 브랜드 이미지를 지키고 경쟁업체들을 더욱 공세적으로 압박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의 사망에 따른 조직 내 분위기를 쇄신하고 자신은 후선으로 숨고 특허괴물을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글로벌 싸움꾼'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탈피하겠다는 전략도 담겨 있다. ◇애플, 특허괴물과 왜 손잡았나=애플이 특허괴물과 손잡은 이유는 우선 최근 잇따른 글로벌 특허소송전에서 갈수록 입지가 좁아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애플은 지난 11월 초 스페인 태블릿PC 전문업체 NT-K와 벌인 특허소송에서 패한 데 이어 7일에는 중국업체를 대상으로 제기한 아이패드 상표권 소송에서도 패소했다. 이어 9일 호주에서는 삼성전자 갤럭시탭10.1을 상대로 한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이 기각됐다. 또 같은 날 독일법원으로부터 모토로라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판결을 받아 당장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판매가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잇따라 글로벌 특허소송전에서 먹구름이 드리우자 특허괴물이라는 마지막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분석이다. ◇안드로이드폰의 가파른 추격도 부담=안드로이드 진영의 급격한 성장세도 애플의 위기의식을 한층 높였을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공식적으로는 안드로이드 진영에 대한 대응을 자제해왔지만 세계 최대 안드로이드폰 제조사로 부상한 삼성전자와의 특허소송을 통해 간접적으로 압박해왔다. 잡스는 그의 전기에서 "안드로이드는 엄청난 도둑질이기 때문에 애플이 보유한 400억달러 현금을 다 쏟아부어서라도 구글의 잘못을 바로 잡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실제로 구글의 모바일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안드로이폰은 주요 휴대폰 제조사들이 앞다퉈 뛰어들면서 이미 물량에서 애플 아이폰을 제친 지 오래다. 스마트폰 경쟁력의 척도로 불리는 애플리케이션 개수에서도 구글 안드로이드마켓은 최근 50만개를 돌파하며 60만여개인 애플 앱스토어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에릭 슈밋 구글 회장도 최근 한 콘퍼런스에서 "안드로이드폰은 절대적인 시장규모와 콘텐츠 경쟁력에서 이미 아이폰을 앞질렀다"고 밝히는 등 애플에 대한 공개적인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삼성전자와의 소송에서 '싸움꾼' 이미지 남긴 것도 부담=삼성전자와의 잇따른 소송에서 대내외적인 브랜드 이미지가 실추된 것도 애플이 특허괴물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애플은 현재 삼성전자와 10개국에서 30여건의 소송을 벌이고 있지만 삼성전자와 지루한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일부 재판에서 삼성전자의 판매금지를 이끌어내기도 했지만 직접적인 타격을 입히지는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소송 전문기업'이라는 오명을 받으며 오히려 삼성전자의 브랜드 가치만 높여줬다는 비난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최근 진행된 양사의 소송에서 애플이 "태블릿PC의 모양은 직사각형이거나 모서리가 둥글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애플 팬들로부터도 지나치다는 비난이 잇따르고 있다. 최지성 삼성전자 최고경영자(CEO)도 최근 한 강연회에서 "애플과의 특허소송에 드는 비용이 올해와 내년을 합쳐 2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지만 오히려 '삼성전자가 애플의 유일한 경쟁사'라는 인식을 심어주면서 애플만 막대한 손실을 보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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