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청은 최근 도내에 입점한 11개 대형마트에 대해 지역경제 기여 및 상생과 관련한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가이드라인을 만들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강원도청의 한 관계자는 "지역주민 우선 채용, 지역업체 필수 입점률 제시 등의 사항이 포함된 권고안을 이해당사자가 참여한 협의를 통해 만들려고 계획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제껏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의 개점 및 영업과 관련한 규제사항은 해당 유통점포와 지역 소상공인 사이의 1대1 자율협의로만 도출돼왔다. 지자체 또는 중소기업청 차원에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인데 그 결과 점포별로 규제 강도가 들쭉날쭉하는 문제가 상당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지역 내 공통기준을 만들어 이를 적용하려는 강원도청의 노력은 다른 지자체에서도 벤치마킹할 만하다.
문제는 강제력이다. 지자체에서 이렇게 가이드라인을 만든다고 해도 현재 실정법상으로는 '권고안'에 그치는 것이 현실이다. 중요한 이해 당사자인 대형 유통업체가 모르쇠로 일관하면 그뿐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대형마트 출점을 통한 고용창출같이 현재도 충분히 지역 상생에 기여하고 있는데 이를 간과한 움직임"이라고 주장했다. 여기에 "영업시간 제한 같은 사항이 가이드라인에 포함되면 소비자 편의를 무시하는 게 아니냐"며 가이드라인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현실이다. "권고안 수준이라 솔직히 얼마나 효과가 있겠냐"며 냉소하는 한 소상공인단체 관계자의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 이유다.
지자체 차원의 가이드라인 제정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는 일정한 법적 강제력을 부여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회는 이미 이전부터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에 대형 유통업체 점포 허가제 등의 규제사항이 포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는 현재 대형업체와 소상공인 사이의 갈등이 법 이외의 '자율'로만 해결하기에는 너무 심각해졌다는 현실을 방증한다. 물론 가이드라인 제정에는 대형마트와 소상공인 등 이해당사자들 사이의 충분한 협의내용을 반영해 자율과 강제 사이의 묘를 찾는 노력이 전제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