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정부 '상하이 기밀유출' 작년말 알고도 방치

늑장대응에 은폐·축소 일관… H 전 영사 사표→출국

국무총리실과 법무부가 상하이 총영사관 기밀유출 사건을 지난해 12월 인지하고도 늑장대응과 은폐·축소로 일관, 직무를 유기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핵심 관련자를 징계하지 않고 사표만 수리, 결과적으로 출국하도록 방조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9일 국무총리실과 법무부 등 관계기관에 따르면 이번 사태의 주인공격인 법무부 소속 H(41) 전 영사와 지식경제부 K(42) 전 영사는 불륜과 정보유출 파문에 휩싸인 중국 여성 덩○○(33)씨와의 문제가 표면화된 작년 11월초 임기중 국내로 소환됐지만 3개월여동안 한 차례씩 조사받았을 뿐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덩씨와의 불륜관계가 확인된 H 전 영사는 작년 11월10일 귀국해 인천공항 출입국사무소 출국심사국장으로 발령났으며 올 1월 중순께 법무부 감찰관실에서 조사를 받았으며 2월초 징계절차 없이 사표 수리돼 1억원 가량의 퇴직금을 받고 중국으로 출국했다. 덩씨에게 애정 고백이 담긴 '친필 서약서'까지 써줬던 K 전 영사도 작년 11월9일 귀국, 올해 1월 중순에야 국무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실의 조사를 받았으며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은채 기획재정부 산하 FTA(자유무역협정) 국내대책본부에 파견 근무 중이다. 덩씨와 얼굴을 맞대거나 껴안다시피한 사진들로 부적절한 관계를 의심받는 외교통상부 P(48) 전 영사는 2009년 8월 3년 임기를 다하고 귀국해 근무하다 올 1월 중순에야 K 전 영사와 함께 국무총리실에서 감찰조사를 받았다. 총리실은 12월 중순께 외부 제보로 덩씨의 불륜 파문은 물론 정부·여당 인사들의 휴대전화번호와 '대외보안'이라고 찍힌 총영사관 비상연락망, 비자관련 서류 등 정보유출 정황까지 파악했다. 법무부도 12월말 덩씨의 한국인 남편 J(37)씨의 중국 소재지를 알아내 덩씨와 관련된 자료들을 확보하면서 정보유출 사실을 인지한 것으로 파악됐다. K 전 영사는 지난해 5월 상하이를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의 일정과 동선 정보까지 덩씨에게 건네준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국무총리실과 법무부는 사태를 일부 영사들의 치정 문제로만 국한해 처리했고 징계절차도 밟지 않았다. 법무부는 H 전 영사가 덩씨와 불륜관계에 있으면서 비자를 부정 발급하고 내부정보까지 유출한 사실을 알았지만 경징계 사안이라고 봐서 징계없이 사표를 수리해 출국하게 만들었다. 이는 이번 기밀유출 파문의 핵심 용의자에 대한 조사를 원천 봉쇄하는 결과가 됐다. 상하이에는 '덩씨를 통하면 비자를 받을 수 있다'는 소문과 투서가 나돌았음을 감안하면 이해하기 어려운 조치다. 총리실은 올 2월말이 돼서야 관련 부처들에 조사결과를 통보하고 인사조치를 요청했지만, 법무부가 H 전 영사를 사직처리한 사실을 최근에야 알게 됐다. 총리실은 유출된 정부·여당 인사들 연락처의 원(原) 소유자인 김정기 전 상하이총영사를 이번 사태가 보도된 전날 불러 조사했다. 이번 사태를 잘 아는 한 사정당국 관계자는 "국무총리실도 H 전 영사의 사표가 수리된 2월 초 사건을 사실상 덮으려 했던 것으로 안다. 국무총리실이나 법무부 모두 애초부터 정보유출 문제에 정식 대응하려 하지 않았던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정보유출 정황은 알고 있었지만 감찰 권한 밖의 일이었고 H 전 영사가 직접 유출한 것으로 파악한 일부 정보는 심각한 것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총리실 관계자는 "최근까지 조사를 계속해왔으며 H 전 영사 부분은 당초 국무총리실에서 조사하려 했으나 법무부에서 직접 하겠다고 해서 맡겨뒀고 나름의 조치를 할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속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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