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국수주의 치닫는 러시아 의회

해외입양 전면 금지 등 극단적 애국 법안 난무


맹목적 '애국' 논리로 치닫고 있는 러시아 정치권의 외국 배척주의가 위험수위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1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올해 들어 개원한 러시아 하원(두마)에서는 러시아인들의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외국의 영향력을 차단하기 위한 극단적인 법안 발의가 줄을 잇고 있다. 지난해 러시아 아이의 미국 입양을 금지한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본격적으로 불 붙은 러시아의 국수주의는 이미 도를 넘어서는 수준으로 들끓기 시작했다.

최근 두마에서 발의되거나 발의될 예정인 법안들 가운데 상당수는 러시아를 외국과 단절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러시아 아이의 해외입양을 전면 금지하고 러시아 관리의 자녀들을 해외유학 후 곧바로 러시아로 귀국하도록 하거나 아예 해외유학을 금지하는 내용을 비롯해 해외취득 면허증 사용 금지, 러시아 관리와 외국인 혼인 금지, 영화관에서 20% 이상은 러시아 영화를 상영해야 한다는 스크린쿼터제 도입 등이 이에 해당한다.


두마에서 제안되는 이 같은 방안에 대한 논의가 진전돼 실제 법안으로 통과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러시아 의회에서 반(反)서구주의가 유일한 논리로 부상하면서 정치권의 국수주의가 통제불능 상태로 치달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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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 소재 정치기술센터의 알렉세이 마카르킨 애널리스트는 "애국심에 관한 한 약한 것보다는 넘치는 것이 낫다는 원칙이 적용된다"며 "너무 나가서 물의를 일으키는 법안을 발의하면 지나치게 감정적이라는 평가를 들을 수 있겠지만 '우리'에 속하는 애국자가 된다"고 설명했다. 통합러시아당의 예브게니 표도로프 의원은 "입양금지법은 러시아 국력을 강화하려는 노력의 시작을 알린 것"이라며 "헌법개정을 포함하는 (러시아의) U턴은 이제 막 가장 급진적으로 시작됐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 관리의 해외재산 보유를 금지하는 안을 제기해 정치권 일각에서 지지를 얻고 있다.

정치권의 이 같은 움직임은 외국과 깊숙한 교류를 맺고 있는 정부 고위관료층에 대한 러시아인들의 뿌리깊은 불신을 빌미로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외국으로 자녀를 보내거나 자산을 유출하는 정부 고위층에 대한 국민의 불만을 해소하려면 이들 세력과 서구사회의 연결고리를 단절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러시아 부유층은 국내에 투자해야 할 자산을 대거 해외로 유출해 러시아경제에 암운을 드리우고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도 지난해 12월 발표한 연두교서에서 "조세회피지역을 경유하는 방식 등으로 러시아 법을 피하는 기업행위를 좌시하지 않겠다"며 자본 해외유출에 대한 엄중한 경고 메시지를 날린 바 있다. 러시아 중앙은행에 따르면 러시아에서 외국으로 순유출되는 민간자본은 금융위기 당시인 지난 2009년 561억달러에서 2011년 805억달러로 꾸준히 늘어났다. 지난해 푸틴 대통령 당선 이후 해외 자본유출에 대한 통제가 강화되면서 유출액은 2012년 현재 568억달러로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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