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2008 대한민국 증권대상] "격랑의 증시… 이제 터널의 끝이 보인다"

글로벌 위기로 코스피 한때 890대 추락 불구<br>세계각국 경기부양·국내기업들 실적도 탄탄<br>"회복시기는 엇갈리지만 희망의 미래 열릴것"


‘탐욕과 공포’는 증권시장을 요약하는 말이다. 이 말이 올해 처럼 투자자들 한테 와 닿은 적도 많지 않다. 지난 1월2일 1,891.45포인트에서 출발한 코스피 지수는 5월에 1,901.13포인트까지 상승하다 지난 10월27일 892.16포인트까지 추락했다. 현기증으로 몸을 지탱할 수 없을 정도의 속도였다. 12월1일 현재 1,058.62포인트까지 반등에 성공했으나 여전히 ‘반토막’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부 업종은 평균 보다 훨씬 더 큰 타격을 받았다. 전세계적인 경기침체 우려로 철강 및 조선 수요가 급감하면서 이들 업종은 3분의 1, 4분의 1 토막으로 쪼그라들었다. 외국인들이 한국 주식을 마구잡이로 내던지면서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지분은 29%대로 줄어들었다. 이는 작년 이맘때 보다 무려 10%포인트 이상 감소한 것이다. 기관과 개인들도 잇따라 투매에 나서면서 시장이 마구 흔들렸다. 올해 시작은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1월에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기는 했지만 3월 중순 미국 투자은행인 베어스턴스가 파산으로 인해 JP모건으로 인수가 결정난 이후 서브프라임발 위기가 일단락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5월까지 유동성 랠리를 이끌었다. 하지만 이는 태풍전야의 고요와도 같은 것이었다. 본격적인 글로벌 금융위기는 9~10월 두달간 극대화되면서 증시를 흔들었다. 결국 9월15일 미국 리먼브러더스의 파산, 메릴린치의 피인수, AIG의 구제금융 등 대형사건이 연달아 터지면서 마침내 폭발했다. 금융위기는 실물경제에도 영향을 미쳤다. 국내에서도 부동산 시장이 급랭하면서 건설사들과 은행들의 부실위험이 커졌고 소비감소로 산업생산은 축소되고 고용이 줄면서 실업자는 늘어났다. 절정은 10월이었다. 한달만에 코스피 지수가 23% 급락하는 등 전세계 증시가 역사상 최대 단기 하락장을 기록했다. 연쇄적인 국가부도와 외환위기가 가중됐다. 다행히 11월 급락세는 일단 멈췄다. 미래가 불투명하기는 하지만 달러화 스와프의 신흥국 확대와 각국이 금리인하 공조로 시장이 ‘바닥 다지기’에 돌입했다는 분석이다. 여전히 변동성은 크지만 이제는 감내할 수준이 됐고 터널의 끝이 조금씩 드러나고 이다. 박효진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위원 “한국 증시의 강점은 주력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과 재무 건전성이 여전하다는 데 있다”며 “IMF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일시적인 조정에도 불구하고 증시의 성장은 계속될 것이라는 믿음은 보편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 국내 제조업의 올해 예상 부채비율은 역사상 최저수준인 70%에 불과하고 이자보상비율도 과거 어느 때보다 높은 470%에 달한다.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 현대차, 포스코 등 우리 대표 기업들이 꾸준한 실적을 보이고 있고 오히려 글로벌 시장지배력을 높일 수 있다는 기대도 생겼다. 제로에 가까운 저금리 회귀로 기업들의 자금조달에 한결 여유가 생길 가능성이 있고 원유 등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면서 기업의 생산원가도 낮아졌다. 키코 등 외환시장 논란도 내년부터는 진정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크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 증시에 대한 신뢰다. 외국인들이 투매한 주식을 받아낸 것은 IMF를 겪은 투자자들이 우리 증시에 대한 장기 성장세를 믿었기 때문이다. 올해 펀드 자산이 급감했지만 장기적 투자관행을 보여주는 적립식 펀드 비중은 46%대로 올라섰다. 변액보험, 연기금 등이 꾸준히 유입되고 있고 정부 정책상 장기투자 세제혜택 확대로 투자문화를 바꿔가고 있다. 해외로 빠져나갔던 자금도 보다 빨리 돌아올 수 있다. 현재의 외국인 비중은 선진국시장 평균(33%)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FTSE 선진지수 및 글로벌 다우지수 편입 등은 분위기 반전 기회를 줄 것이다. 결국 문제는 증시 외적인 환경인데 미국 등 글로벌 경기침체의 지속여부는 여전히 최대 변수다. 정부의 일관적이고 지속적인 경제 정책판단도 시장안정에 핵심이다. 서용원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국 등 주요국 정책당국의 초시장적 조치에 힘입어 금융시장이 부분적으로 기능을 회복했다”며 “정책당국의 적극적 위기해소 대책에 의해 시장 신뢰가 언제 얼마만큼 회복되느냐가 내년 장세를 전망하는 주요인”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 시장 회복 시기는 엇갈리지만 희망이 미래를 연다는데는 예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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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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