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은행권 증권사 인수 이상기류

실적 둔화속 증시불황 장기화 우려등 겹쳐 한발빼<br>비은행권ㆍ외국계 적극적 움직임과는 대조

은행권의 증권사 인수에 이상기류가 흐르고 있다. 당초 증권사 인수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던 은행들이 최근 영업실적 둔화와 증권업계 불황 장기화에 따른 우려로 한 발짝 물러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은행권의 이 같은 행보는 비은행권과 외국계의 적극적인 인수 움직임과 대조를 이루고 있어 주목된다. 12일 금융ㆍ증권업계에 따르면 오는 15일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앞둔 한국ㆍ대한투자증권 인수전은 동원금융지주 컨소시엄과 PCA 컨소시엄이 유력한 인수후보로 부상하고 있다. 또 이미 타이완 유안타증권과 우리금융을 복수 후보를 선정한 LG투자증권 인수전도 유안타증권이 우리금융보다 적극적인 인수의사를 밝히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은행권이 유력한 인수후보로 떠오를 것이란 예상과는 다른 움직임이다. 이 같은 이상기류는 국민은행이 한투ㆍ대투 입찰을 앞두고 입찰서 제출을 포기하면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은행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와 관련, “한투와 대투에 예상치 못한 우발채무가 드러날 가능성이 높고 증시 불황으로 정상화가 더뎌질 수 있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한 것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테마섹과 함께 대한투자증권 인수를 추진 중인 하나은행의 한 관계자도 “실사 결과를 바탕으로 적정가격을 써넣을 계획이며 무리하게 인수를 추진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투자증권 인수에 나선 동원금융지주는 하나은행 보유지분 매각차익만도 4,000억원에 달해 한투 인수에 필요한 충분한 자금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남구 동원지주 사장이 인수전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것도 그룹 차원의 인수의지를 나타내기 위한 포석이라는 설명이다. 대한투자증권 인수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PCA 컨소시엄 역시 한국시장을 밝게 보고 있어 가장 높은 응찰가격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관측이다. LG투자증권 인수전에서도 예상과 다른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유안타가 아시아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 LG투자증권 응찰에 임해 우리금융보다 LG투자증권 인수에 더 적극적인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며 “자금력이 풍부한 것도 강점”이라고 말했다. 반면 우리금융은 응찰가격을 높게 쓰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지난해 수익의 상당 부분을 카드 합병에 쏟아부은데다 최근 3년간 벌어들인 잉여금을 사용할 경우 자산건전성 관련 지표가 악화되는 점이 부담이라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일부에서는 우리금융이 막판 한투 인수에 응찰한 것도 LG 인수전에 차질이 생길 경우에 대비한 포석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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