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노영인 동양시멘트 사장

외국 자본이 국내에서 금융과 산업에 걸쳐 막대한 세를 과시하면서 이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시멘트업계도 예외는 아니어서 쌍용양회, 라파즈한라 등 굵직한 기업들이 외국계로 변했다. 국내 최고(最古)의 시멘트 기업인 동양시멘트 역시 지난 2002년 3월 지분의 25%를 프랑스 최대 건자재 회사인 라파즈에 매각, 외국계 변신과 토종자본 유지의 기로에 있었다. “독자 생존이 어렵다면 라파즈한라와의 합병을 통해서라도 장기적으로 살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외국 자본에 일방적인 양보를 할 수는 없었습니다.” 노영인 동양시멘트 사장(58)은 최근 라파즈측 지분 25%를 1,643억원에 되사들인 배경을 이같이 설명했다. 동양이 토종자본의 자존심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은 노 사장 취임 후 문자 그대로 `뼈를 깎는`구조조정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그는 함안 몰탈공장과 대물채권 등의 매각을 통해 약 4,000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하고 지방 유통기지도 자산담보부채권(ABS)을 발행해 2,900여억원에 매각했다. 노 사장은 외자 유치 이후에도 마포 사옥부지 매각 등 구조조정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노 사장은“외자유치 이후 구조조정을 게을리했다면 라파즈와의 합병협상에서 끌려 다녔을 테고 돈을 줄 테니 지분을 돌려달라고 당당히 밝히기도 어려웠을 것”이라며 “묵묵히 힘든 순간을 이겨준 임직원들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그는 99년 취임 이후 회사 재도약을 위해 임원 23명을 3분의1 수준인 9명으로 줄이고 직원 30%를 줄이는 구조조정을 단행한 바 있다. 동양시멘트는 2005년 상장을 목표로 다시 뛰고 있다. 지난 2002년 56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고 올 해 들어서는 10월말 현재 당기순이익 723억원을 실현, 지난해 보다 50% 이상 순이익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흑자기조를 2004년까지 유지하면 상장 요건이 충족된다. 노 사장은 “공장가동률을 높이는 등 지속적인 운영효율성 개선을 추구해 업계 최고인 25%의 에비타(EBITDAㆍ이자 및 세금, 감가상각비 지급전 이익)수준을 내년에도 증가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통해 2005년이면 동양시멘트의 상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동양시멘트의 상장이 이뤄지면 재무구조 개선을 쉽게 달성할 수 있어 동양메이저와 동양시멘트 양 사에 윈-윈(Win-Win)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영인 사장은 동양의 재도약을 준비하면서도 발판을 튼튼히 다지는 일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그의 집무실 옆 접견실에는 산업은행이 발행한 1,400억원 짜리 대형수표 액자가 한 쪽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 수표는 라파즈에 지분 매입대금을 상환하기 위해 동양시멘트 지분 25%를 담보로 ABS를 발행한 데 따른 것이다. 그는 “저 수표 액자가 내 방에서 사라지는 날을 앞당기기 위해 전임직원을 독려하고 있다”며 “동양시멘트의 변화 노력은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 사장은 이를 위해 `수출은 어렵다`는 시멘트 업계의 통념을 깬 자신의 수출 드라이브 정책에 더욱 힘을 실을 계획이다. 외자유치로 회생의 전기를 마련 했듯 외화를 벌어 재도약의 원동력으로 삼겠다는 것. 그는 “IMF 이후 떨어진 설비가동률을 높이기 위하여 수출에 주력해 지난 수년 동안 한 해 100만톤 이상을 꾸준히 수출하며 올해도 140만톤 가량을 수출했다”면서 “원화 강세, 선박운임 상승 등으로 내년도 시장환경이 올해보다 어렵겠지만 국내 시멘트 시장의 급격한 변화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내년에도 약 100만톤 이상의 수출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강조했다. `미스터(Mr) 시멘트`로 불리는 노 사장은 내년도 업계 경기 전망에 대해 “올해 시멘트 경기가 IMF 이후 최대 호황을 누리며 총수요기준으로 5,750만톤에 달해 IMF 이전수준을 거의 회복했다”면서 “내년도 건설투자가 3~4%선의 성장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돼 올해 수준은 유지하겠지만 대체재 및 수입시장이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어 시장경쟁은 매우 치열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 경영철학과 스타일 노영인 사장은 대학졸업과 동시에 동양시멘트에 입사했다. 35년을 동양그룹과 시멘트산업 발전에 몸바쳐 온 셈이다. 강산이 세 번 바뀌는 동안 한 우물을 파온 터라 회사와 업계 사정에 두루 능통할 수 밖에 없다. 그의 업무 장악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노 사장은 99년 동양시멘트 사장에 부임 후 추가 구조조정에 나섰다. 전임 사장이 IMF 관리체제 하에서 이미 조직슬림화를 위한 칼을 휘두른 직후라 다시 구조조정을 하기는 무리라는 `안정론`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임직원의 30% 이상을 구조조정하는 악역을 도맡았다. “두 번째 구조조정은 30년을 회사에 헌신해 온 노 사장이었기에 가능했습니다. 본사와 공장을 손금 보듯 하면서 실무자들을 가족처럼 챙겨온 노 사장의 결단을 임직원도 이해한 겁니다” 동양시멘트 한 임원의 귀띔이다. 임직원에 대한 그의 애정을 엿볼 수 있는 한 일화. 노 사장은 지난 2000년 삼척 공장 등이 위치한 영동지역에 사상 최대 산불이 발생하자 본사 직원들을 모두 이끌고 현장으로 나갔다. “직원 가족들이 재해로 노심초사하고 있는 데 일이 손에 잡히느냐”며 산불 진화작업에 앞장 섰던 것. 노영인 사장은 단합과 팀웍을 중시한다. 그는“산에 막히면 돌아가지 말고 온 힘을 모아 터널을 뚫고 최대한 빠르게 통과해야 한다”면서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조직의 단합된 힘과 팀윅”이라고 말했다. 노 사장은 그래서 매년 2회씩 열리는 `전임직원 등산`행사를 단 한 명의 불참자도 허용치 않으며 명실상부한 단합의 장으로 만들고 있다. “노와 사의 구분이 없을 만큼 하나된 힘으로 회사가 움직일 때 고객만족도 극대화되고 탁월한 성과도 추구할 수 있다”고 노 사장은 강조했다. ◇약력 ▲45년 대구 ▲69년 동양시멘트 입사 ▲70년 연세대 행정학과 졸업 ▲80년 동양시멘트 이사 ▲93년 미국 스탠포드대 최고경영자 과정 수료 ▲94년 동양생명 부사장 ▲96년 동양생명 사장 ▲99년 동양시멘트 사장 <손철기자 runiro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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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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