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외국인 국내증시 떠나나] 특정종목만 매도 “셀코리아 아닌듯”

외국인이 이틀째 1,000억원이 넘는 대량 매물을 쏟아내는데다 월간기준으로 지난 2개월동안 1조3,000억원이 넘는 매도공세를 보임에 따라 증시는 다시한번 연중 최저치를 위협받는 약세국면이 불가피해진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 매도공세를 촉발한 국내외 여건은 여전히 예측이 어려운 불확실한 상태로 남아있고 이러한 변수들이 당장 개선될 수 있는 여건도 조성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외국인 매도행진이 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외국인 매도공세가 `본격적인 셀 코리아(Sell Korea, 한국증시 철수)`는 아니라는 게 국내외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매도공세가 삼성전자ㆍ국민은행 등 특정종목으로 집중된 가운데 일부업종에 대해서는 매수행진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외국인 매도공세가 국내증시에서만 벌이지는 현상이 아니고 다른 이머징마켓 증시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3대 악재로 인해 외국인 매도공세 거세져=외국인들이 이틀새 2,490억여원 어치를 순매도함에 따라 외국인 매도 경계령이 내려졌다. 외국인들의 매도공세는 ▲이라크전쟁과 이에 따른 전세계적인 경기침체 우려감 ▲북핵문제 악화에 따른 국가신용등급 하향 우려감 ▲SK글로벌 분식회계에 따른 기업투명성 훼손이라는 3대악재가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뿐 아니라 미국ㆍ유럽ㆍ아시아 등 전세계 증시가 동반약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전세계 증시의 하락동조화가 국내증시 약세의 주원인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이라크의 자살폭탄 사건과 게릴라전술로 인해 전황이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이라크전쟁 장기화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며 뉴욕증시가 사흘연속 하락한 가운데 다우지수는 주요 지지선으로 여겨지던 8,200선이 무너졌다. 하지만 국내증시가 외국인의 거센 매도공세에 다시 휩쌓인 것은 `우리만의 상황`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북핵문제는 이라크전쟁으로 잠복기에 들어서있지만 해외투자가들은 북한의 돌발행동에 따른 사태악화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또 북핵문제가 이른 시간내에 해결되지 않는다면 국제 신용평가기관의 국가 신용등급 하향 우려감도 남아있다. 여기에 해외투자가들의 실망감을 불러일으킨 SK글로벌의 추가분식에 따른 자본잠식 소식도 외국인투자가를 실망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외국인 삼성전자ㆍ국민은행만 매도=외국인 매도공세는 국내증시의 여건을 크게 악화시키고 있다.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말 36.01%에 달했던 외국인 주식투자비중은 지난 3월28일 현재 35.50%로 낮아졌다. 연초이후 국내증시 하락률이 세계 2위를 기록한 것도 외국인이 이라크전 장기화를 우려해 미국에 대한 수출비중이 높은 국내주식을 적극적으로 매도한 데 따른 현상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 같은 매도공세가 모든 주식을 일단 팔고보자는 행태로 나타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본격적인 셀 코리아는 아닌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최근 이틀간 외국인 매량 매도는 삼성전자와 국민은행 두 종목에 집중됐다. 지난달 28일 매도분 1,050억원의 80%에 가까운 800억여원 어치를 이들 두 종목이 차지했다. 이날도 삼성전자와 국민은행을 각각 1,030여억원, 510여억원 어치를 내다팔아 두 종목의 매도분이 외국인 전체 매도규모 1,400여억원을 넘어섰다. 이는 곧 다른 종목군으로는 순매수도 꾸준히 유입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들 두 종목은 국내 수출주와 내수주의 간판종목이라는 점에서 외국인이 악화된 국내외 여건을 반영한 매도를 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추가 매도 움직임은 불가피할 듯=전문가들은 외국인 매도공세가 국내외 악재에 따라 재개되고 있는 만큼 단기에 매도공세가 그치지 않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북핵문제는 정부의 지속적인 외교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북ㆍ미간 대화에 이르지 않고 있다. 이라크전쟁도 바그다드 대회전이 시작될 때까지 보급로확보에 주력한다는 소식이 쏟아지고 있다. 국내외 경제지표도 이러한 현상을 반영하듯 아직까지 호전신호를 보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따라서 이라크전쟁과 북핵문제 등이 근본적으로 전환점을 맞았다는 평가를 받는 상황으로 바뀔 때까지는 외국인의 매수전환은 기대하기 어렵다. 다만 이라크전황과 북핵문제에 대한 북ㆍ미의 움직임에 따라 외국인의 매도규모가 증가와 감소를 거듭하고, 또 일시적으로는 매수를 보이면서 전체적으로 매도우위에 치중한 현상이 이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조영훈기자 dubbch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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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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