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은행없는 은행이 온다] 지급결제업체 "협업 없이 성공 없다"

은행·카드사서 애플·규제당국까지 다양한 파트너십 모색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비자 이노베이션센터 한편에는 증강현실(AR·현실과 가상의 조화)을 구현한 배너가 놓여 있다. 배너가 새겨진 QR코드에 휴대폰을 갖다 대자 비자의 한 직원이 회사를 소개하는 동영상이 배너를 배경으로 실시간 구현됐다. 기업간거래(B2B) 사업자인 비자가 고객사에 카드결제 프로세싱 업무를 지원하는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제휴사가 필요로 하는 부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물이었다.

그래서일까. 기자가 방문한 미국 비자는 유독 '파트너십'을 강조하는 모습이었다.

물론 브랜드사로서 고객사의 업무편의 증진을 위한 서비스 제공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에 더해 은행·카드사 같은 전통적 고객사뿐 아니라 애플 같은 신규 이해관계자, 규제당국과의 협업을 위해서도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었다. 글로벌 선도기업 비자도 급변하는 미래 결제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다방면으로의 협업에 전사적 역량을 쏟으며 금융과 기술이 융합된 핀테크(fintech) 기업으로 변화하고 있었다.


18일 비자 관계자들은 자사 이노베이션센터를 안내하면서 가장 먼저 지난 9월 선보인 애플페이를 소개했다. "내가 가맹점이고 1달러짜리 머그컵을 산다고 할 때 단말기에 가격을 적어 고객에게 제공하고 고객은 휴대폰에 저장된 카드를 꺼내 터치하면 눈 깜짝할 사이에 결제가 이뤄진다"고 설명하는 존 배리 상무 뒤에는 '비자페이먼트 토큰'이라는 배경이 깔려 있었다. 국제브랜드사(비자)로부터 애플페이는 보안솔루션인 토큰을 받아 결제에 이용하고 비자는 이를 카드정보로 변환해 발급사에 승인을 요청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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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부사장은 "비자페이먼트 토큰이 애플과의 파트너십을 강화해줬다"면서 "토큰은 중요한 자산으로 새로운 파트너들이 속속 들어올 수 있는 유인이 된다. 이 같은 파워를 활용해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자는 전통적으로 강자였던 브랜드사로서의 입지에 안주하지 않고 불안해 보이는 모바일결제시장에 토큰이라는 '보안' 유인을 제공하면서 새로운 성장기회를 창출하고 있다.

제휴사뿐 아니라 규제당국과의 협업을 위해서도 안간힘을 쓰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신용카드협회 보안표준위원회(PCI SSC)다. 비자·마스터카드 등 글로벌 신용카드와 은행들이 정보유출을 막기 위해 설립한 이 기구에서는 자발적으로 데이터 안전규준(PCI DSS)을 마련했다. 데이터 안전규준을 신청한 카드사·은행·가맹점들이 관련 규정을 이행하고 있는지 점검하는 보안감시자(QSA)도 별도로 두고 있다. 즉 비자를 위시한 미국 금융업계가 미래 지급결제시장에서 도태되지 않도록 규제당국에서 자정 노력을 통보, 홍보하고 있다.

에두라도 페레즈 북미 지역보안 서비스 총괄임원은 "발 빠르게 변하는 지불결제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해 규제당국에 우리가 수립 중인 계획들을 알려주고 있다"면서 "이 같은 협업은 보안결제표준협의체 구성 등 자정 노력에 기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비자·페이팔 등 전통·신형 지급결제 회사들이 규제당국을 포함한 기업들과 협업하면서 핀테크로 진화하고 있는 만큼 국내 금융회사들 또한 이 같은 노력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김종현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비자·마스터카드에 비해 국내 지급결제시장은 다양한 업종과의 협업하려는 노력이 뒤떨어져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카드사를 중심으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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