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증권사들이 예상했던 주식시장의 연초랠리가 거래소시장의 부진으로 물건너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삼성증권과 교보증권 등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증권사들은 1월 주식시장이 종합주가지수 900선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했으나 IT기업의 실적 악화 우려와 미국 증시의 부진이라는 암초를 만나 조정을 받고 있다.
거래소시장의 상승세가 막히자 개인 자금이 코스닥시장으로 몰리면서 코스닥지수를 급하게 끌어올리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작년 4.4분기와 올해 1.4분기의 기업 실적 악화는 이미 예견됐기 때문에 미국 증시가 추가로 급락하지 않는다면 거래소시장의 조정 폭도 깊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10월이후 종합주가지수의 박스권이 850∼890선이었던 만큼 조정을 받아도이 범위 아래로 밀리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 기업 실적악화 우려 가중
최근 주식시장의 화두는 작년 4.4분기와 올해 1.4분기 실적이다. 다음주부터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요 대기업의 작년 4.4분기 실적 발표가 이어지지만 전망은 상당히 부정적이다.
금융정보분석업체 에프앤가이드(www.fnguide.co.kr)에 따르면 금융사를 제외한거래소 시가총액 상위 20개 기업의 작년 4.4분기 실적에 대한 증권사들의 컨센서스는 매출은 2.8% 증가하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10.4%와 21.9% 감소할 것으로추정했다.
특히 한국 대표기업인 삼성전자의 실적 우려가 점증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삼성전자의 작년 4.4분기 영업이익이 1조4천500억원 안팎으로 전분기(2조7천423억원)에 비해 약 47%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모건스탠리증권과 BNP파리바도 삼성전자의 작년 4.4분기 실적이 전분기 대비 41% 감소한 1조6천억원선에 머물 것으로 예상했다.
대표기업들의 실적 우려가 커지면서 삼성전자는 물론 포스코와 한국전력도 오전11시10분 현재 2%대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급락했던 삼성SDI와 LG필립스LCD도 약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 850∼890선 박스권 회귀
삼성전자 등 지수관련 대형주가 조정을 받으면서 종합주가지수는 3일째 하락해880선을 이탈했다.
이에따라 지수가 890선에 안착하지 못하고 작년 10월이후 이어졌던 850-890선의좁은 박스권으로 일단 회귀한 양상이다. 대부분의 증권사들은 연초 종합주가지수가900선을 뚫고 올라설 것으로 예상했으나 힘에 부친 모습이 역력하다.
작년 말 국내 증시의 랠리는 미국 등 해외 증시의 호조로 가능했으나 연초 미국증시는 조정 분위기가 완연하다.
이날 새벽 미국 증시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0.92%, 나스닥지수는 2.06%각각 급락해 이틀 연속 떨어졌다.
하지만 국내 증시가 조정을 받더라도 작년 10월 이후 박스권의 하단인 850선을이탈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삼성증권 이강혁 투자정보팀장은 "기업실적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증시가 조정을 받고 있지만 이미 예견된 악재이기 때문에 충격이 크지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코스닥 강세 지속성 의문 거래소의 조정분위기가 지속되자 코스닥이 주목받고 있다. 코스닥지수는 5일 연속 상승해 작년 12월 28일의 370.77에서 396.70으로 7%나 급등했다.
증권사들은 거래소시장의 대체재 또는 피난처로서의 메리트 외에 정부의 '코스닥시장 및 벤처활성화방안'에 대한 기대감과 거래소에 비해 저평가 됐다는 인식이코스닥 랠리에 불을 붙인 것으로 분석했다.
작년 코스닥지수는 연간 15.2%나 떨어져 각각 8.6%와 33.8% 상승한 미국의 나스닥지수와 일본의 자스닥지수와 큰 차이를 보였다.
대우증권은 국내 증시가 작년 8월부터 상승세로 돌아섰지만 지난해의 고점과 비교할 때 종합주가지수는 95% 수준까지 회복한 반면 코스닥지수는 80% 수준에 머물러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대우증권 김성주 애널리스트는 "올해 1.4분기 코스닥기업의 영업이익 증가율은거래소가 마이너스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코스닥시장은 84.3%로 작년 4.4분기의 43.5%에 비해 큰 폭으로 개선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거래소와 동떨어진 코스닥시장만의 랠리는 지속되기 어렵다. 환율 하락과 수출 부진의 여파로 거래소 기업의 실적이 1.4분기 이후에도 악화된다면 코스닥기업이 받는 충격은 훨씬 더 클 것이기 때문이다.
굿모닝신한증권 김중현 연구원은 "코스닥이 단기적으로 거래소와 차별화할 수는 있으나 현재의 기업실적 악화는 환율 하락이 반영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코스닥 기업이라고 예외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종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