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규칙에 의하면 골프공은 무게가 1.620온스(45.93g) 이하로 직경이 1.680인치(42.67㎜) 이상이어야 한다. 역사적으로 보면 원래 골프공은 나무를 깎아 만들어 사용하다가 이후 가죽 주머니에 거위 털을 채우거나 고무나무 수액으로 만든 형태로 발전했다. 1905년 영국의 월리안 테일러가 마침내 표면에 작은 홈(딤플)을 판 현재와 같은 골프공을 만들게 됐다.
흥미로운 점은 표면에 상처가 난 공이 더 멀리 날아간다는 사실을 우연히 발견하고 딤플을 만들게 됐다는 사실이다. 매끈한 공이 공기저항을 정면으로 받는 데 비해 딤플이 있는 공의 경우 아래쪽 공기는 느리고 위쪽 공기는 빠르게 해 공을 떠오르게 하는 양력이 발생한다. 이로써 골프공이 공중에 오래 머물게 해 자연스럽게 비거리가 늘어난다. 이후 딤플은 애초의 원형에서 육각형으로 변형하게 된다. 딤플들 사이의 자투리 공간을 없애 공기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다.
골프공 속에는 비거리뿐 아니라 스핀을 컨트롤해 그린에 쉽게 정지시키고 퍼팅 때는 흔들림 없이 굴러가게끔 하는 등의 골퍼들의 열망이 담겨 있다. 그에 따라 골프공과 관련한 특허만도 1,500가지가 넘는다고 한다.
골프공에는 코어(중심핵), 커버, 제조방법, 디자인, 페인트와 코팅 등 다양한 특허기술이 숨어 있다. 오죽하면 혹자는 타이거 우즈가 과거 633주 동안 세계랭킹 1위에 오른 대기록의 원인이 골프공에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당시 고무실을 감아서 만든 와운드볼을 사용한 대다수 선수와 달리 우즈는 현재 일반화된 우레탄 커버의 다층 구조 솔리드 볼을 가장 먼저 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기술 발달에 따라 골프공 관련 특허침해 분쟁 역시 부쩍 늘었다. 역사적으로 가장 유명한 사건은 캘러웨이와 타이틀리스트 사이의 특허침해 분쟁이다. 2006년에 캘러웨이는 세계 1위의 타이틀리스트가 자사의 디자인과 제조방법에 관한 특허를 침해했다는 이유로 판매금지 소송 등을 제기했다. 이에 타이틀리스트는 특허침해 부분은 인정하나 캘러웨이의 특허는 특허요건이 결여돼 특허무효라고 반박했다. 법원은 초기에 잠정적인 판매금지 결정을 내리기도 했으나 이후 하급심 판결 단계에서는 타이틀리스트의 주장을 받아들이게 됐다. 캘러웨이는 항소를 제기해 분쟁은 좀 더 복잡하게 전개됐다. 이후 양사는 6년에 걸친 소모적인 특허침해 분쟁을 마침내 종식하고자 상호 화해에 이르렀다. 자세한 화해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기본적으로 각자 기존과 같이 아무런 제한 없이 생산하기로 합의했다. 어쨌든 이 사례는 골프 산업에서 특허 등 지식재산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줬다. 골프와 스포츠 산업에서 지식재산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는 만큼 관련 분야를 재정비하고 지원해야 할 때다. /법무법인 양헌 온라인리걸센터 대표·카이스트 겸직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