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매각이든 생존이든 국익바탕 결정을"

긴급좌담 : 하이닉스 팔아야 하나…참석자 : 민후식 수석연구위원·김수겸 부장·최석포 연구위원 사회=채수종 산업부차장 일시 : 7일 오전 11시 본사 회의실 ▲ 사회자=박종섭 사장이 6일 마이크론과의 추가협상을 위해 미국으로 떠났다. 마이크론과의 매각 협상에 대해 전망을 한다면. ▲ 최석포 연구위원= 채권단의 기류를 볼 필요가 있다. 은행권은 마이크론이 양보안을 내놓으면 매각해서 채권을 떨쳐버리려는 입장이다. 최근에는 D램값 상승을 토대로 살리자는 입장도 대두되고 있다. 추가협상은 양해각서(MOU) 체결을 위해 수정안을 바탕으로 서로의 의견을 최종적으로 교환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직 결론은 어떻게 날 지 모르는 상황이다. 가격이 많이 올라 독자생존 가능성에 대한 의견이 나오고 있어 타결가능성은 절반정도로 봐야 한다. ▲ 사회자= 매각 협상이 막바지에 이르고 있지만 독자생존 주장이 여전히 만만찮고 매각과 독자생존 사이에서 논쟁이 치열하다. 독자생존은 가능하다고 보는가. ▲ 김수겸 부장=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이 합병해야 하느냐는 질문에서 시작해야 한다. 합병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합병이 덩치를 키우는 것 외에는 시너지가 없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지금까지 대규모 기업합병 사례 중 미국 회사간은 몰라도 이같이 국제적인 합병은 없었다. 더구나 경쟁업체가 큰 이유없이 갑자기 합병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 사회자= 하이닉스가 구조조정 차원에서 볼 때는 기업으로서 자생력을 잃었다는 지적도 많다. 매각의 필요성은 어느 정도인지,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 민후식 수석연구위원=현재 협상 주체는 채권단과 마이크론이다. 하이닉스 자체는 협상의 권리가 없는 상황이다. 개인적으론 매각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채권단의 경우 정부ㆍ주채권단의 입장과 투신권 등 부채권단 입장이 각각 다르다. 정부와 은행ㆍ투신권 등은 '팔아야 한다'는 입장인데 반해, 일부 은행과 2금융권 일부는 '당장 바로 팔아서 실익도 없는데 D램 가격이 오르는 상황인 만큼 조금 더 끌고가자'는 분위기다. 이미 주채권단이 매각하자는 의지를 가지고 있고 만약 협상이 결렬될 경우에 대비, 올들어 영업이익이 흑자를 내고 있어 독자생존에 대한 논리도 가지게 됐다. ▲ 사회자=매각 협상에 대해 짚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마이크론이 제안한 인수조건이 하이닉스에 크게 불리하다는 지적이 많다. 이 같은 조건으로 무리하게 매각을 추진해야 하나. ▲ 민 위원=지금까지 조건을 보면 크게 매각대금은 40억달러 정도이고 다른 상황을 감안하면 전체 매각규모는 50억~60억달러 정도 된다. 조금 불리한 부분이 있더라도 일단 서로 매각하겠다는 입장에 의견을 일치시킨 후 본계약 체결을 위한 협상에서 매각대금을 조율할 수도 있을 것이다. ▲ 사회자=마이크론이 더 양보하지 않더라도 매각해야 한다는 말인가. ▲ 민 위원=하이닉스 문제는 시장의 공정성 문제다. 하이닉스를 매각하지 않는다면 다른 기업과 마찬가지로 12.5%의 높은 금리를 적용해야 한다. 스스로 자금을 확보해야 하는 등 실질적으로 독자생존을 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 하이닉스는 매각 등 구조조정을 전제로 지원을 받고 있다. 이런 지원들을 제외한 상황에서 독자생존을 생각해야 한다. ▲ 최 위원=마이크론이 제안한 가격이 장부상 가치보다 못한 것이 사실이다. 헐값은 헐값이다. 지금까지 협상의 진행속도는 협상의 규모에 비해 꽤 빠른 편이다. 협상은 앞으로 계속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충분히 서로의 입장을 조율할 수 있다. 분명히 매각을 서두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반도체 시황이 회복됐기 때문에 매각이든 결렬이든 조기에 내릴 필요가 없다. 예를 들어 마이크론이 양도하는 주식을 1년 후에 매각할 수 있는 조건에 대해 짚어보자. 채권단은 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다. 하지만 주식을 일시에 매각했을 때 생기는 문제점을 생각하면 마이크론의 요구는 당연할 수 있다. 이는 가격 외에 주가로 대체해 협상해 볼 수 있다. 즉 기간은 받아들이되, 그쪽(마이크론)에 50달러 이상이 돼야 팔겠다는 식으로 협상을 하면 될 것이다. 지금까지 제안해온 내용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나중에 조율해서 독소조항을 없앨 수 있다고 봐야 한다. 마이크론과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와의 협상도 원칙을 합의한 뒤 추가 협상을 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 사회자= 적어도 마이크론에는 팔지 말자는 주장도 적지 않은데. ▲ 민 위원= 원매자로서 마이크론에 대해서는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그럼 누가 사느냐. 살 곳이 없다. 빅4 중 인피니온은 살만한 입장이 안되고 삼성은 의지가 없다. ▲ 사회자= 하이닉스가 지난 6일 1ㆍ2월 실적을 공개한게 독자생존을 위한 카드라는 분석도 있다. 독자생존의 가능성에 대해 좀더 꼼꼼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을 것 같은데. ▲ 김 부장= 충분히 독자생존이 가능하다. D램시장이 살아나고 있는 게 첫번째 요인이다. D램시장은 분명 바닥을 치고 불황을 통과하고 있다. 지금은 공급물량이 줄어 가격이 살아나는 시장이지만, 2ㆍ4분기에 조정을 거쳐 하반기에는 거시경제 여건이 살아나고 이로 인해 D램 수요가 살아나면서 시장이 회복될 것으로 보고 있다. 둘째 세계 경제가 본격적인 회복세를 맞을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볼 때 수요가 살아나고 있기 때문에 내년부터는 D램시장이 정상화 된다고 봐야 한다. 다시 공급자 시장으로 가게 되는 것이다. 셋째 D램시장이 안정적인 과점체제를 유지하는 힘이 있다는 것이다. D램시장은 현재 빅4가 80%의 시장을 점유하는 과점체제다. 지난해 72% 정도에서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이다. 수요업체 입장에서는 부품인 D램을 4~5개 공급업체를 중심으로 공급받고 있는데 D램은 이미 이런 상황이다. 이미 시장질서가 깨지기 어려울 만큼 안정됐다는 것이다. 이 같은 세가지 요인은 독자생존이 가능한 환경이 된다. 무엇보다 경쟁상대인 삼성과 마이크론이 시장의 40% 이상을 점유하기 어렵고 하이닉스가 해외에 매각돼 한 회사만 남으면 통상문제에 절대적으로 불리해지고 장기적으로는 시장을 빼앗길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산업구조적 요인을 보면 하이닉스를 남에게 주지않고 현상태를 유지한다고 해도 하이닉스가 문을 닫거나 손해를 엄청나게 보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본다. 최근 1년 동안 일본 업체들이 시장에서 퇴출됐으며 앞으로 하이닉스가 아니더라도 떨어져나갈 회사가 많다. 꼭 하이닉스가 죽지 않더라도 시장은 안정된다는 것이다. ▲ 사회자= 하지만 하이닉스 매각은 국가 신인도 등 복합적인 요인을 감안해야 할 텐데. ▲ 김 부장=하이닉스가 단기적으로는 국가경제에 짐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국가신인도가 하이닉스에서만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니다. 하이닉스가 잘되더라도 국가신인도가 올라갈 수 있을 지 의문이다. 국내 기업들 가운데 대부분이 구조조정을 끝냈고 하이닉스만 남아있는 상황이다. 이것은 최근 국내 경제가 회복되고 있는 데서 알 수 있다. 최근 국내 경기가 세계 경기에 비해 큰 폭으로 회복되고 있는 것을 산업구조조정에 따른 효과로 보는 견해가 많은데 하이닉스를 팔지 않더라도 이 같은 효과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다. ▲ 민 위원=최근 국내 주식시장이 활황을 타고 있고 D램가격도 V자로 상승하고 있다. 하이닉스가 좋은 회사고 현금을 창출할 수 있다는 회사라는 데는 동의한다. 하이닉스가 국가신인도를 좌우하는 큰 요인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공정한 시장질서다. 퇴출해야 하는 기업은 퇴출해야 한다. 산업측면으로 하이닉스 문제를 몰아붙여서는 안된다. 채권단ㆍ주주 등이 수익을 감내하고 지원했는데 약속을 어겨서는 안된다. 협상하는 당사자들이 매각조건을 유리하게 만들어내는 것과 매각을 해야 되느냐 아니냐는 다른 문제다. 구조조정을 전제로 지원을 해준 것인 만큼 지금 와서 상황이 변했다고 해서 독자생존을 주장해서는 안된다. 그러면 그동안 투자자ㆍ채권 등 금융거래자들의 손해를 소급해서 되돌려줘야 하는 것 아니냐. ▲ 사회자=하이닉스가 살아나기 위해 반도체 가격만 올라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있다. 독자생존을 위한 다양한 조건들이 필요할 텐데. ▲ 최 위원=독자생존이 가능하려면 3가지 요건이 필요하다. 우선 D램 가격이 2~3년 정도 이익을 충분히 낼 수 있는 상황이어야 한다. 설비투자까지 이익을 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수익을 충분히 낼 정도의 가격이 안되면 채권은행을 통해 국민과 주주의 돈이 들어갈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이에 동의하는 국민여론이 뒤따라야 한다. 무엇보다 정치적 요인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 현재로서는 첫번째 요건에 대해 확신을 가질 수 없다. 예전의 성장률 이상으로 반도체 시장이 커지고 있지만 기업의 측면에서 충분한 이득을 낼 수 있느냐는 틀린 문제다. 경쟁 업체들의 전략도 문제다. 삼성ㆍ마이크론 등이 어떤 전략을 펼치느냐가 중요하다. 공생의 전략을 펼칠 것인지 누가 장담할 수 있나. 3등 업체가 돈을 충분히 벌 수 있는 상황을 수요자들이 지속적으로 양보하느냐는 것이다. D램은 철저하게 수요자와 힘 겨루기(네고)를 통해 가격을 결정하는데 최근 가격이 많이 올라 PC업체들의 저항이 많은 것으로 안다. D램 가격이 더 올라갈 수 있는지도 문제다. 마이크론과 하이닉스의 협상이 결렬되면 더 올라가기 힘들 것으로 본다. 2분기~4분기가 고비가 될 것이다. D램 가격은 한 번 무너지면 한 순간에 떨어진다. 하이닉스의 경우 128메가D램 기준으로 1달러가 하락하면 1조의 매출이 줄어든다. 이익도 그만큼 변동이 심하다. 가격이 수년동안 강세를 지켜주면 좋겠지만 그걸 자신 있게 말하기 힘들다. 하이닉스가 독자생존을 하는 것을 초기에는 경쟁 업체들이 봐줄 수 있지만 시간이 흐르면 다른 양상이 나올 것이다. ▲ 김 부장=올해 D램 공급이 안정될 것이다. 현재 업체들의 투자계획으로 생산능력을 크게 늘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삼성전자ㆍ마이크론 등 경쟁 업체들의 투자 가운데 생산량을 늘리는데 쓰는 돈은 많지 않다. 인피니온도 지난해 생산라인을 늘렸지만 원가가 높아 채산성을 맞추기 어려운 것으로 알고 있다. 공급은 지난해에 비해 40~50% 정도 늘어나는데 그칠 것으로 보이며 이는 수요 증가율과 비슷하다. 특히 지난해 인피니온이 300mm 웨이퍼 라인을 가동하기 시작했지만 제대로 된 물건이 나오지 못하고 있으며 후발업체인 삼성전자ㆍ마이크론 등도 비슷할 것이다. 내년 말에나 300mm 웨이퍼 제품이 양산될 수 있을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2~3년 내에 기가시대가 오면 다시 한번 호황이 올 것으로 보인다. 이 때에는 과점시장에서 누가 이익을 많이 먹느냐가 중요하다. ▲ 최 위원=결국 하이닉스 문제는 반도체 전망의 정확성이 문제다. 워낙 많은 변수가 있기 때문에 어떤 결과가 나올 지 정확히 알기 어렵다. 지난 95년 호황기에 96년에도 호황이 이어질 것으로 조사기관들이 내다봤지만 시장은 주저앉았다. 지금으로서는 하이닉스 문제도 시장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운명이 좌우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영기기자 조영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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