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남미의 진주, 우루과이


칠레 푸예우에 화산 폭발로 남미 일대가 항공대란으로 몸살을 앓던 지난 6월 중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우루과이를 찾았다. 국회연설에서 반 총장은 "한국에서 땅 밑을 계속 파 들어가면 지구 반대편에서 만나게 되는 나라가 곧 우루과이"라고 학창시절에 배웠음을 상기하면서 "그때부터 줄곧 동경해왔던 나라를 찾게 돼 감격스럽다"고 해 큰 박수를 받았다. 그렇다. 우루과이는 우리나라와 정반대편인 남미대륙의 남단에 위치한 작은 나라다. 우리와는 지난 1964년에 국교가 수립됐으니 교류의 역사로 보면 결코 짧지 않다. 하지만 일반인에게는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이 진행됐던 나라, 그리고 남아공 월드컵 16강전에서 우리와 맞붙었고 올해 코파아메리카를 거머쥔 축구 강국이라는 정도 외에는 그다지 알려져 있지 않다. 주요 발전지표 남미 최고 수준 차분히 들여다보면 우루과이는 우리와 아주 공통점이 많은 나라이다. 우선 정식 국호가 '우루과이 동방공화국'이다. 우루과이가 동방(東邦)으로 불리고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지정학적으로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라는 남미의 두 대국을 좌우로 대하고 있는 요충지라는 점도 우리와 사정이 별반 다르지 않다. 외세로부터 독립을 쟁취해온 근대역사 속에서도 각별한 인연이 발견된다. 우루과이는 국부(國父) 아르티가스(Artigas) 장군이 1811년 2월 자유를 향한 염원을 외치며 독립운동의 불꽃을 당긴 이래 14년간의 투쟁을 거쳐 1825년 4월19일 우국지사 33인의 이름으로 만천하에 독립을 선언하기에 이른다. 이른바 '33인 선언'이다. 우리의 기미독립선언과 흡사하다. 이처럼 상통하는 두 나라가 오랜 세월 변방국가에 머물렀던 과거를 딛고 21세기의 주역으로 거듭나기 위해 나란히 변신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그동안 약점으로 여겨졌던 지정학적 한계를 극복해 물류의 중심국가로 탈바꿈하고자 애쓰고 있는 모습이 주목을 끈다. 우리의 경우 물류가 장래 국가 발전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진작부터 이 분야에 전략적인 관심을 기울여왔다. 우루과이 또한 비슷한 길을 열어가고 있다. 국토가 크지 않은데다가 자원빈국인 우루과이인 만큼 미래의 성장동력을 물류에서 찾으려는 현명한 선택이다. 우루과이 당국도 이점을 꿰뚫어보고 이를 구체화시키기 위한 구상을 하나하나 가다듬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파라나' 프로젝트이다. 라플라타강을 거슬러 올라 파라과이와 볼리비아까지를 내륙 수운으로 연결해 자원과 산물을 유통시키고자 하는 광역교통계획이다. 철도 르네상스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최근 호세 무히카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서 날로 늘어나는 물동량 처리를 위해 현재 사실상 방치 상태에 있는 철도를 전면 복원해 수송체계를 개선해나간다는 방침을 천명한 바 있다. 우루과이가 전방위적인 인프라 개선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꾸준히 신장된 국력에 따른 자신감이 자리 잡고 있다. 우루과이는 2005년 정권 교체 이후 실용적인 노선을 견지함으로써 최근 5년간 연평균 6% 이상의 경제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2010년 1인당 국민소득이 1만2,000달러에 달하고 행정 투명성, 교육, 치안 등 주요 발전지표에서 남미 최고 수준으로 자리매김했다. 올 7월부터는 남미경제공동체인 메르코수르의 의장국을 맡음으로써 국제무대에서도 적극적인 역할을 펼쳐나갈 호기를 맞고 있다. 인프라 수출 등 협력모델 개발을 복지와 성장을 아우르며 '남미의 진주'로 떠오르고 있는 우루과이의 정황은 우리에게 기회로 다가오고 있다. 이미 6월 초에 국토해양부가 중심이 된 항만건설협력대표단이 몬테비데오를 방문해 항만 분야 진출 가능성을 꼼꼼히 살펴보는 한편 우루과이 교통공공사업부와 상호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함으로써 의미 있는 첫발을 내디뎠다. 이를 계기로 도로ㆍ철도ㆍ공항ㆍ수자원 등 연관 분야로 지평을 넓혀 인프라 수출을 통한 새로운 협력모델을 만들어간다면 양국 간 교류의 폭을 넓히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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