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추준석 중소기업청장(월요초대석)

◎“「건전중기」 흑자도산 않도록 보호”/기술·시장적응력 뛰어난 업체 육성할 계획/금융권 구조조정 늦어질수록 충격만 클것『우리나라가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금융지원을 받게 되면서 국내 기업들은 과거에 체험해보지 못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특히 자금 조달의 숨통이 막혀버린 중소기업들은 모두가 절명의 순간을 맞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추준석 중소기업청장은 이럴 때일수록 기업의 경영안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IMF구제금융 아래서 추청장이 강조하고 있는 중소기업의 경영안정은 중소기업인들로부터 폭넓은 공감을 얻고 있다. 추청장을 월요초대석에 초대해 구조조정의 핵으로 떠오른 중소·벤처기업정책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대담:김윤식 산업2부 부장 ▲김부장=최근 우리는 국치인 줄 알면서도 IMF에 손을 내밀지 않으면 안됐을 정도로 암울한 상황을 직접 겪고 있습니다. 그동안 방만한 국가·기업경영을 해온 데 대한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는 셈이죠. 정부에서 기업에 이르기까지 구조조정이 불가피한데 이 과정에서 달러벌이의 주역인 기업들이 뼈아픈 고통을 치를 것 같습니다. ▲추청장=중소기업들이 더 큰 문제입니다. 구조조정은 정부, 금융권, 대기업, 중소기업 가릴 것 없이 모두에게 발등에 떨어진 불로 여겨집니다. 1, 2차 오일쇼크 때와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난국입니다. 중소기업들이 처한 환경은 여느 때보다도 열악합니다. 많은 기업이 도산할 것이고 이 과정에서 기술력있는 회사만 살아남을 것입니다. ▲김부장=위기에 몰린 금융권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을 맞추기 위해 예금과 대출을 모두 중단한 상태입니다. 이러다가는 살아남을 중소기업이 없을 것이란 우려가 고조되고 있는데요. ▲추청장=금융권의 구조조정이 되도록 빨리 진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기간이 길어질수록 금융권의 구조조정에 따른 충격은 완화되겠지만, 기업들이 받은 충격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질 게 뻔합니다. IMF에 되갚을 달러를 벌어들이는 주체는 은행이 아니라 기업들입니다. 기업들이 정상적인 기업활동을 할 수 있도록 금융권의 구조조정을 빨리 끝내야 합니다. ▲김부장=청장께서는 중소기업의 경영안정을 특히 강조했습니다. 이에대한 복안을 갖고 계신지요. ▲추청장=단기적으로 중소기업의 흑자도산을 방지하고 건전한 중소기업이 외부적 요인에 의해 연쇄부도를 당하지 않도록 보호하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부는 내년 담보력이 취약한 중소기업을 위해 신용보증기관에 대한 정부출연을 올해보다 1천억원 늘린 7천억원으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또 어음보험을 1백억원에서 1천억원으로 10배 확충키로 했습니다. 특히 IMF 긴급자금 지원이 중소기업에 미칠 영향을 다각적으로 분석해 대응책을 강구해나가겠습니다. ▲김부장=경제위기로 인해 산업구조조정이 핫이슈로 부상했습니다. 앞으로 국가산업구조조정의 방향은 어떻게 잡혀야 한다고 보십니까. ▲추청장=대기업 중심의 발전전략은 이제 한계에 다다랐다고 판단됩니다. 우리 경제가 앞으로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다품종 소량생산에 유리하고 급속한 기술혁신과 시장대응력이 뛰어난 중소기업이 경쟁력을 갖춰야 합니다. 그러나 기술집약적 산업은 선진국에 비해 취약한 상태를 보이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중소기업의 구조개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지난 5년 동안 계속해온 중소기업 구조개선사업을 더욱 발전시켜 제2차 구조개선 5개년계획을 세웠습니다. 이 기간 동안 매년 2조원씩 10조원을 투입해 중소기업의 자동화, 정보화, 기술개발을 지원하겠습니다. ▲김부장=산업구조조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벤처기업이라 할 수 있겠는데요.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구상이 있으시면 말씀해주시지요. ▲추청장=정부는 벤처기업 육성을 위해 특별법을 제정하고 관련제도를 이미 정비했습니다. 이런 법적, 제도적 장치는 「어떤 틀에 맞추어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규제완화를 통해 활발한 창업여건을 조성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특히 창업초기 자금난을 겪는 벤처기업들을 위해 정부는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공공벤처캐피털을 조성할 계획입니다. 「START-UP펀드」가 그것입니다. 내년초 중소기업창업 및 진흥기금 등 3개의 공공기금을 통해 1백50억원의 자금을 조성, 창업 벤처기업에 정부가 직접 투자할 계획입니다. 오는 2002년까지는 「START―UP펀드」를 1천억원 규모까지 확대하겠습니다. 개인투자자들과 벤처기업을 연결해주는 중개기능도 강화할 예정이죠. 미국에서 에인절투자가 활성화되고 있는 이유는 스탠퍼드대학이 운영하는 SRI(Stanford Research Institute)와 같은 컨설팅기관이 중개기능을 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내년부터 개인투자자에게 창업기업의 사업성과 투자가치를 평가해주는 AIC(Angel Investment Consulting)프로그램을 마련하겠습니다. AIC프로그램을 마련키 위해 11개 지방중소기업청과 중소기업진흥공단에 「에인절투자시장」을 매월 1회씩 개최, 창업자와 개인투자자간의 만남의 장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김부장=중소기업청은 개청 이후 상위부처인 통상산업부와 늘 껄끄러운 관계였습니다. 중소기업정책과 관련해 중복된 기능이 일부 있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만. ▲추청장=중소기업 업무와 관련해 통산부는 법령제정 등 제한적인 정책기능만 수행하고 있으며 그외 실질적인 정책수립과 집행업무는 우리 청이 총괄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업무를 확실하게 구분짓고 통산부 등의 중앙부처, 지자체를 비롯해 중진공, KOTRA 등 유관기관과의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가운데 적극적인 협조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 기능을 강화하면서 중소기업이 처한 실상을 현장에서 정확하게 파악, 정책에 신속하게 반영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김부장=대선후보들은 저마다 중소기업 지원시책의 일환으로 중기청의 부 승격을 약속하는 등 획기적인 정책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청장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추청장=중기청의 부 승격이 필요하다는 말이 업계에서도 많이 흘러나오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어찌 됐든 IMF긴급자금 지원체제 아래서 산업, 경제구조개편은 큰 폭으로 진행될 것입니다. 정부조직도 당연히 개편될 것으로 압니다만, 중기청의 부 승격도 그 일환으로 논의된 듯합니다. 중기청장으로서 그 방향이 옳다 그르다는 말씀을 드릴 수 없음을 양해해주시고…. 중소기업행정은 쉽지 않은 종합적 행정입니다. 청이든 부든간에 중앙부처및 관련기관과의 긴밀한 연계체제를 구축하는게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김부장=유통시장 개방으로 중소유통업체들이 심각한 경영난에 처해 있습니다. 중소유통정책은 어떤 방향으로 갈 것입니까. ▲추청장=외국 대형유통업체들과 대기업들이 대거 진출, 국내 중소유통업체들의 입지가 축소되고 있습니다. 정부는 중소유통업체들이 가족형태의 소규모 기업으로서의 장점을 살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연쇄화사업, 가맹점포 확대, 상점가 진흥조합 결성 등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또 물류비용 절감을 위해 공동물류사업을 전개하고 재래시장 재개발, 소규모 점포시설 현대화사업 등 중소유통업체의 구조개선사업을 적극 지원하겠습니다.<정리=박동석 기자> ◇약력 ▲47년생 ▲70년 제9회 행정고시 합격 ▲71년 서울대 상대 경제학과 졸업 ▲구상공부 동력국 전력과, 주 프랑스대사관 상무관, 산업정책과장, 섬유생활공업국장, 국제협력관, 산업정책국장, 통상정책국장 ▲96년 통상산업부 차관보 ▲97년 중소기업청장. 엄윤지씨(48)와 1남1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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