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부회장은 지난달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지분을 각각 0.1% 취득할 예정이라고 신고해 금융당국의 승인을 받았다. 지분율이 미미하지만 이 부회장의 금융 계열사에 대한 첫 지분확보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삼성은 올 들어 계열사 간 지분매각을 통해 순환출자 구조를 단순화하는 과정에서 비금융 계열사의 금융 계열사 지분을 삼성생명으로 몰아줬다. 비금융 계열사가 보유하고 있던 삼성생명 지분을 모두 매각하는 한편 계열사의 삼성카드·삼성화재 지분도 삼성생명에 모두 넘겼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삼성생명을 정점으로 한 금융 계열사의 수직 계열화가 어느 정도 완성된 상태다.
이 부회장이 삼성생명 지분 매입에 나선 것은 금융 계열사에 대해 확고한 영향력을 선점하려는 행보로 분석된다. 삼성전자 지분을 6.6% 가지고 있는 삼성생명은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의 중간고리 역할을 하는 핵심 계열사다. 특수관계인 위치에 오르면서 향후 이건희 회장의 삼성생명 지분 등 상속 과정에서 지분율을 확대하는 데 용이한 측면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재계의 관심은 삼성이 중간금융지주회사를 설립할지 여부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삼성이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순환출자 구조가 상당 부분 해소된 만큼 당분간 현 체제대로 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 부회장이 삼성생명의 2대주주인 삼성에버랜드의 최대주주(25.10%)로 이미 확고한 지배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험사의 자산운용비율 산정을 위한 기준가격을 현재 취득원가에서 재무제표상의 가액(시가)으로 바꾸는 보험업법 개정안이나 중간금융지주회사 설립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 등이 향후 국회에서 통과돼 금산분리를 요구 받게 되는 상황이 되면 삼성그룹도 지주회사 전환을 모색해야 하고, 결국 금융 계열사를 한데 묶은 중간금융지주회사 설립도 검토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간금융지주회사 설립은 그룹 지배구조가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할 때 가능한 방안"이라며 "삼성은 일단 삼성생명 중심으로 순환출자 구조를 단순화한 뒤 여론 추이나 법 개정 움직임에 따라 금융 계열사의 지배구조 방안을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