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봄을 기다리며/송문수·A&C 코오롱 대표이사(기업인 문화칼럼)

추운 겨울이다. 이에 더하여 국제통화기금(IMF)의 한파는 우리들의 몸과 마음을 더욱 떨게 한다. 금년 초부터 어렵다 어렵다 하면서 지내온 것도 길기만 한데 이제는 더욱 어려워졌을 뿐 아니라 그 끝을 가늠하기가 겁이 날 정도다.문화예술계에도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는 그대로 전달될 것이다. 아니, 가장 먼저 변화가 있을 것이다. 예정된 많은 해외 공연들이 비싼 달러 때문에 취소될 수밖에 없으며 주로 기업의 협찬에 의존했던 좋은 공연이나 전시회들도 이제는 자체수입으로 치뤄야 하니 그 만큼 어려워질 것이다. 비싼 대가를 치룰 수밖에 없지만 이번 사태가 경제기반을 더욱 튼튼하게 갖출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문화예술계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 같다. 과거의 관행으로는 이젠 안된다. 현재와 같은 악순환, 즉 협찬의 불확실성, 공연 확정의 지연, 공연내용 소홀, 소극적 홍보, 관객 부족, 협찬사의 실망, 소극적 기업 협찬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자생력을 확보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찾아오는 관객이 많아지고 많은 기업들이 자진해서 협찬을 하려고 할 것이다. 기업들도 그 효과를 확실히 인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화예술인들도 현실에 적극 동참할 것을 권한다. 국민 모두가 긴축을 해야 할 때인 만큼 입장권 가격을 최대한 낮춰 관객을 늘리고 그림 가격도 더욱 싸게 하여 많은 사람들이 향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호화로운 팸플릿이나 도록보다는 조촐하지만 알찬 내용으로 꾸며야 할 것이다. 언젠가 우리나라의 경제상황이 좋아진다면 문화예술을 애호하는 시민층이 두터워져 문화예술인들은 더 나은 창작활동을 보장받게 될 것이다. 우리보다 훨씬 더 어려운 동유럽의 국민들은 비록 옷은 남루하고 자동차는 고물일지라도 공연장의 표를 예약하기가 힘들 정도로 문화예술을 사랑하고 즐긴다. 춥고도 을씨년스러운 이 겨울을 술집이나 방안에서만 보낸다면 그 얼마나 처량하겠는가. 몸은 춥고 지갑은 얇을지라도 문화예술을 통하여 훈훈하고 넉넉한 마음을 가질 수만 있다면 이 고비를 넘기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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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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