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선거용 쇼 전락한 세월호 국정조사


지난 18일 오후4시35분. 국회 정론관(국회 기자실)에 세월호 국정조사 특별위원장인 심재철 의원이 들어섰다. 그는 긴급 기자회견에서 "7·30재보궐선거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 위해 오는 23일부터 (세월호 국정조사) 기관보고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15분 뒤 야당 간사 김현미 의원이 아연실색한 표정으로 내려와 "놀라운 이야기를 들었다"며 심 의원의 이 같은 결정은 '만행'이자 '폭거'라고 비판했다. 뒤이어 여당 간사 조원진 의원 역시 기자회견을 열고 야당의 주장을 맞받아쳤다. 여야가 일분의 틈도 주지 않은 채 서로의 기자회견 직후 바로 기자실로 뛰어와 맞불을 놓은 것이다. 결국 심 의원은 두 시간 뒤 다시 내려와 종전의 결정을 철회했다.


여야가 세월호 국정조사 일정을 놓고 이렇게 첨예하게 대립하는 이유는 결국 선거 때문이다. 7·30재보궐선거에 앞서 조금이라도 일찍 국정조사를 시작해 영향을 덜 받으려는 새누리당과 가급적 7월30일 선거에 가까이 진행해서 국민의 관심을 높이려는 야당 간의 힘 겨루기 실체가 국민들 앞에 여실히 드러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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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시작부터 예고된 모습이다. 특위가 공식적으로 활동하기로 한 6월2일 국회의 시선은 6·4지방선거에 가 있었다. 당시 특위의 첫 일정으로 예정된 진도 방문을 새누리당은 "유가족의 요구"라면서 일방적으로 연기했다. 야당 의원들만 참여한 채 반쪽자리 특위로 출발한 것을 두고 당시 정치권에서는 여야가 지방선거를 앞두고 세월호 민심을 정략적으로 이용하려 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결국 시작부터 지금까지 세월호 국정조사는 지방선거와 재보궐선거 사이에 끼어 옴짝달싹도 못하고 있다.

선거가 주인공이 된 국조 특위에서 제대로 된 진상규명을 기대하기는 어렵게 됐다. 사고 직후 여야 정치인들은 한목소리로 9·11테러 이후 미국 정부처럼 중립적인 위원회를 구성해 진상조사 및 사후대책을 담은 보고서를 만들자고 했다. 그러나 첫 단추에 해당하는 진상조사의 국정조사마저 이처럼 선거에 막혀 한 치 앞도 나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특위가 내놓을 보고서를 기대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여야가 정략적으로 국정조사를 이용하면서 내실 있는 결과를 기대하기는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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