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경제교실] 분식회계

매출 늘리고 부채줄여 기업실적 '뻥튀기' >>관련기사 전세계가 분식회계로 몸살을 앓고 있다. 가장 투명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됐던 미국기업들이 줄줄이 분식회계를 일삼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미국증시를 비롯한 세계증시가 휘청거리고 있다. 분식회계란 매출 또는 자산을 부풀리거나 비용 또는 부채가 적은 것처럼 회계장부를 조작하는 것이다. 대차대조표, 손익계산서 등 회계장부는 바로 기업의 상태를 보여주는 건강진단서나 성적표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분식회계는 바로 건강진단서나 성적표를 위조하는 사기행위나 다름없다. 분식회계에 따른 피해는 해당 기업에 돈을 빌려준 금융회사나 투자자에 그치지 않는다. 대우, 동아건설 등 대형 부실기업이 망하면서 은행 등 금융기관이 연쇄 부실화되자 알토란 같은 국민들의 세금이 공적자금으로 투입됐다. 따라서 분식회계는 국민 모두에게 큰 피해를 가져다 준다고 할 수 있다. ▶ 낮은 금리의 자금조달이나 주가관리가 주요 목적 보통 자금을 보다 낮은 금리로 차입하거나 주가를 끌어올릴 필요가 있을 때 분식회계에 대한 유혹을 느끼게 된다. 흔히 매출액이나 순이익 규모가 크면 우량기업으로 인정된다. 일단 우량기업으로 평가되면 신용도도 높아져 자금을 차입하는 것이 쉬워질 뿐 아니라 보다 낮은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다. 또 기관투자가들이나 일반 투자자들은 손익계산서나 대차대조표를 기준으로 투자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증권시장에서 기업의 순이익 전망치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기업의 순이익이 늘어나면 주당 순이익(EPS)도 높아져 주가 상승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 자산이나 매출 부풀리기 매출이나 자산을 부풀리는 것은 고전적인 분식회계 방법이다. 기업이 자회사를 통해 수출한 후 해외 현지에서 물건이 팔리지 않았지만 수출실적을 그대로 매출로 잡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모기업과 자회사의 회계를 통합 관리할 경우 매출은 전혀 일어나지 않았지만 이를 분리해 처리하면 모기업의 매출은 늘어나게 된다. 서비스 업체에서도 매출 부풀리기는 자주 발생한다. 건설업체는 건물을 지을 때 공사진행도에 따라 매출을 장부에 반영해야 한다. 예를 들어 100억원짜리 공사를 하면서 공사진행도가 30%일 경우에는 30억원만을 당해년도의 매출로 잡아야 한다. 하지만 마치 100억원의 매출이 발생한 것처럼 장부를 작성하면 명백한 분식회계다. 흔히 재고자산을 과대 평가하면서 비용을 축소하기도 한다. 기업은 최종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원부자재를 투입해야 한다. 생산과정에서 100억원의 원부자재가 들어갔지만 장부에는 50억원만 들어간 것 처럼 기입할 수 있다. 이 경우 자산과 부채 현황을 기록하는 대차대조표에는 원부자재 재고자산이 실제보다 50억원 많은 것처럼 표시된다. ▶ 비용이나 부채 줄이기 원부자재가 실제보다 덜 들어간 것 처럼 장부에 적으면 이익은 자동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매출액에서 원부자재 등 직접적인 비용과 일반관리비 등 간접 비용을 제외하면 영업이익이 나온다. 이 경우 원부자재가 덜 들어간 것처럼 꾸미면 비용은 자동적으로 줄어들면서 영업이익은 부풀려지게 된다. 아예 부채규모를 축소하는 경우도 많다. 과거 IMF 외환위기를 전후해 쓰러진 대우그룹 등 대형 부실기업들이 대표적인 예다. 은행차입금이나 어음발행 잔고를 줄이는 방식으로 부채를 실제 규모보다 줄이면 부채비율도 그만큼 낮아져 자금을 추가로 차입하는 것이 쉬워진다. 해당 기업에 자금을 빌려준 금융회사 등이 특정 기업에 대한 자금거래 정보를 완벽하게 공유하지 않는 한 부채를 축소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 투명경영에 대한 경영자의 의지가 가장 중요해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 국가들은 분식회계를 근절하기 위해 온갖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분식회계 책임자에 대한 형사처벌, 회계감독 강화 등 여러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외부 규제로는 분식회계를 근절시키기 어려운 것으로 지적된다. 재고자산 등에 대한 회계법인의 실사도 인력이나 시간 부족으로 전수조사가 아니라 몇 개의 샘플만을 대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기업의 분식회계를 완벽하게 차단하기 어려운 것으로 평가된다. 회계법인의 한 관계자는 "가장 중요한 것은 투명경영에 대한 최고경영자의 의지"라고 강조했다. 정문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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