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라이프

[한중일 바둑 영웅전] 어깨를 짚은 이유

제2보(13∼28)



사이버오로의 이날 생중계 담당자는 '속폭풍' 송태곤9단이었다. 속폭풍은 그의 거센 공격력 때문에 붙은 별명이다. 송태곤 역시 필자만큼이나 흥분되어 있었다. 돌아온 이세돌이 본선 16강전에서 일찌감치 콩지에와 만난 것이다. 중국랭킹1위인 콩지에는 2009년 12월 치우쥔9단을 2대0으로 꺾고 삼성화재배를 제패했고 2010년 2월 24일, 그러니까 지금 소개하는 이 바둑을 두기 3일 전에 이창호를 역시 2대0으로 제압하고 LG배까지 제패한 터였다.

거기에 TV아시아선수권전의 우승까지 합하여 3관왕의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다. 콩지에는 말하자면 세게랭킹1위나 다름없었다. 만약 오늘의 이 대국에서 콩지에가 이세돌마저 꺾는다면 그의 명성은 하늘을 찌르게 될 것이다. 반대로 이세돌이 그를 꺾는다면 과연 이세돌이라는 찬사를 받게 되는 터이다.

"흑13은 절대수예요."(송태곤)


반대쪽에서 참고도1의 흑1로 받으면 가만히 백2로 들어가는 수가 너무도 기분좋다. 다음에 A와 B가 맞보기인 것이다. 흑15에 콩지에는 8분의 시간을 썼다. 어려운 장면이다. 송태곤이 예상한 응수는 참고도2의 흑1. 그것이면 백2 이하 6까지가 필연이며 백이 오른쪽 2점을 움직여서 일찌감치 난전에 돌입하게 된다. 소문난 싸움꾼 이세돌을 상대로 난전을 시작하는 것이 부담스러웠는지 콩지에는 흑15로 온건책을 선택했는데….

관련기사



백18이 즐거운 수순이 되었다. 이젠 흑19로 뛰어들지 않을 수가 없다. 자연스럽게 바둑은 이세돌이 원했던 난전쪽으로 가고 있다. 흑27을 보자 송태곤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발은 좀 빠르지만 힘이 없는 행마입니다. 그냥 튼튼하게 꽉 이어두는 것이 좋은 수입니다."(송태곤)

여기서 5분을 숙고한 이세돌은 백28로 어깨를 짚어갔다.

"때이르게 어깨를 짚다니. 무슨 뜻이지?"(필자)

"외세를 쌓아가지고 상변의 흑을 송두리째 잡자는 무서운 작전이지요."(손태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