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이공계 기피세태와 관련해 "그랜저 타는 나이가 한의대는 30세, 의대는 35세지만 공대는 45세, 자연대는 영원히 못 탄다"라는 농담이 회자되고 있다. 또 최근 모 학회에서 16대 대통령선거에서 후보들의 정책공약 검증의 잣대가 될 국정의제를 선정했는데 과학기술 분야에서는 '기초과학 육성 및 과학기술 인력우대'가 가장 많았고 그외 과학기술 연구개발투자비의 국민총생산 대비 5%로의 확대, 연구개발 투자에 대한 면세정책, 기업경영자의 이공계 출신 할당제 등의 의견이 나왔다고 한다. 한마디로 이공 분야에 대한 사회적 기피세태만큼이나 과학기술자에 대한 신분보장과 사기진작을 위한 대책마련에 대해 사회적인 요구가 많음을 알 수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제조업 위주의 개발도상국에서 정보지식, 초고속 인터넷과 전자상거래, 서비스산업 위주의 선진국으로 진입하고 있기 때문에 생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하고 싶은 것은 자연과 물질을 연구대상으로 하는 과학기술 분야의 지속성이 갖는 사회적 친화력의 정도가 사람과 사회를 연구대상으로 하는 인물사회 및 법ㆍ경상 분야보다 낮다는 데 기인하지 않나 생각된다. 사회활동연령의 단축에 따른 조기퇴직 이후에는 과학기술자의 경우 그동안의 지식을 활용할 수 있는 직장이나 직업이 상대적으로 적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IMF 경제체제와 같은 불황 때 기업에서 가장 먼저 구조조정의 대상으로 삼는 부분은 연구개발 부문이다. 즉 현재 과학기술자들은 적절한 대가, 안정된 고용, 확실한 미래설계가 없는 3무(無) 상태에서 그나마 자존심과 명예로 버텨오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자기 계산이 빠른 지금의 젊은이들 가운데 누가 과학기술 분야를 평생의 업으로 삼을 생각을 하겠는가. 이에 반해 세계경제의 새로운 대국으로 등장하고 있는 중국은 국가 최고지도부인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 7명 중 이공계 출신이 장쩌민 주석을 비롯, 무려 6명이나 된다고 하니 과학기술인력의 대우에 있어서는 부러운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국가경제 측면에서 봐도 현재와 같은 과학기술인력 활용정책은 굉장한 낭비가 아닐 수 없다. 한명의 과학기술자를 키우기 위해 국가에서 투자된 비용은 굉장한데 사회적 활용에 있어서는 매우 낙후돼 있는 것이 현재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따라서 과학기술인력에 대한 신분보장 혹은 처우개선이라는 말은 사실 어울리지 않는 말이다. 오히려 국가에서 투입한 만큼 정당하게 사회적으로 환원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맞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중요한 문제는 과학기술 분야의 침체가 경제성장뿐만 아니라 정치ㆍ사회ㆍ문화적 측면에서도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현재 선진국 대열로의 진입도 지난 60~70년대 과학기술에 대한 투자의 결실이라고 할 수 있으며 새로운 경제대국으로 거듭나고 있는 중국이 21세기 세계 최고의 경제성장에 대한 자신감을 피력하고 있는 것도 그 근저에는 막강한 과학기술력의 축적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할 수 있다. 우리나라 과학기술기본법 제23조에 보면 정부는 과학기술의 변화와 발전에 대응할 수 있도록 창의력 있고 다양한 재능을 가진 과학기술 인력자원을 양성 개발하고 과학기술인의 활동여건을 개선하도록 돼 있다. 이를 위해 과학기술인력의 중ㆍ장기 수급전망의 수립, 과학기술인력의 양성ㆍ공급계획 수립 등등을 제시하고 있다. 또 같은 조 제2항에서는 과학기술인력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이들의 사회적 활용에 대한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현 사회시스템을 보면 과학기술 인력활용에 대한 구체적인 사회적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 국가 차원에서 과학기술인력에 대한 전생애주기별 활용프로그램을 제시해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든다. 예컨대 지금과 같이 연구원 혹은 교수라는 몇가지의 입출구만으로는 이들의 지식을 사회적으로 활용하는 데도 문제가 있으며 다변화ㆍ조기퇴직화되는 사회에서 투자와 노력이 많이 드는 과학기술 분야로의 진출은 점점 축소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과학기술 지식기반 향상에 필요한 충분한 수준의 공적인 투자를 유지하는 것도 중鄂舊嗤?앞에 언급한 바와 같이 과학기술 인력활용에 대한 생애주기별의 다양한 일자리와 적절한 사회적 보상프로그램을 마련, 과학기술자로서 평생직업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에서는 과기부와 함께 축적된 전문지식을 필요로 하는 과학기술정책동향ㆍ첨단기술동향ㆍ핵심산업기술동향 등의 정보분석업무에 고경력의 퇴직 과학기술자를 활용함으로써 퇴직기술자의 다년간 축적된 풍부한 연구경험 및 연구개발(R&D) 노하우가 사장되지 않고 퇴직 후에도 국가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구축해 운영하고 있으며 기대이상의 좋은 성과를 보이고 있다. 이는 과학기술자의 전생애주기별 프로그램의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조영화<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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