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불황의료계 `삐끼' 주의보

유흥가에서나 볼수있는 속칭 「삐끼」가 의료계에도 등장했다.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로 중소병원들의 경영난이 극심해지자 경쟁병원의 의료사고 사실을 공공연하게 알리거나 허위사실을 퍼뜨려 환자를 끌어들이고 있는 것. 여성들이 많이 모여있는 미용실이나 여성전용 사우나 등에서 고객들에게 코나 주름살 등 미용성형 수술을 권하는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 있었던 일. 그러나 최근 경쟁관계에 있는 병원에 자기편 사람을 환자를 가장해 보내 「며칠전 이곳에서 치료를 받다가 한사람이 죽었다」, 「이 병원의 원장은 전문의가 아니라고 하더라」, 「어떤 사람은 수술을 받다가 반신불수가 됐다」등 치료를 받기위해 병원에 온 환자들에게 노골적인 불안감을 조성해 환자의 발길을 돌리도록 하는 일이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다. 최근 치질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서울 강남지역의 A병원과 B병원은 삐끼가 연계돼 고발사태로까지 번졌다. B병원의 관계자가 경쟁병원인 A병원에서 접수를 위해 대기중이던 환자들에게 『이 병원은 의료사고가 많다. 나도 이곳에서 치료를 받았는데 부작용이 많은 것 같다』고 험담한뒤 『나같은 경우야 이미 어쩔 수 없지만 B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은근이 모객해위를 하다 A병원 직원들에게 발각됐다. 몇해전 의료사고를 경험한 성형외과 전문의 C씨는 『경쟁관계에 있는 다른 병원의 전문의들이 4년이 지난 일을 최근의 일처럼 소문을 내고 있어 곤혹스러울 때가 많다』면서 『동병상련인 척하면서 의료사고가 난 사실을 공공연하게 흘려 우리병원의 신뢰도를 깎고 있다』고 말했다. 의료계에 활동하는 삐끼들은 환자들의 불안심리를 적극적으로 파고들어 「어디 병원에 가면 안전하게 치료받을 수 있다」는 말까지 슬쩍 흘려 결국 환자의 발길을 다른 병원으로 옮기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전문적인 삐끼는 아니지만 대학병원이 특정 개인병원에 환자를 모아주는 일도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다. 이같은 사례는 개인병원 관계자가 대학병원측에 연구비 명목으로 수천만원이상 기부하는등 특수관계로 연결된 경우에 주로 일어나는데 이런 기부금은 비공식적으로 전달되거나 특정교수의 몫으로 보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게 의료계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K대학병원에서 8년째 근무하는 전문의 H씨는 『환자들에게 「수술을 받으려면 몇개월간 기다려야 한다. 마침 내가 잘 아는 병원이 있으니 그곳에서 치료를 받으면 어떻겠느냐」고 권유하거나 「이곳에서 근무했던 선배 의사가 개원을 해 운영하는 병원이 있는데 그곳에서 치료를 받을 의향은 없느냐」는 식으로 노골적인 권유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일부 미용실의 경우 환자를 성형외과로 보내주고 치료비의 50%정도를 커미션으로 챙긴다. 압구정동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K씨는 『100만원정도 드는 쌍꺼풀 수술환자를 소개하면 50만원은 받는다』고 귀띔했다. 의료계 관계자들은 『아무리 병원경영이 어렵더라도 상대병원을 비방해 환자를 유인하는 행태는 없어져야 한다』며 의료계의 자숙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상영 기자 SAN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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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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