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남미 진출·생산기지 활용 교두보 확보

[한·페루 FTA 타결]<br>車 판매 10%이상 늘고 건설분야등도 수출확대 예상<br>'자원 개발형 협력 모델' 구축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한국이 페루와 45번째로 FTA를 체결하기로 함에 따라 한국은 성장성과 안정성을 겸비한 중남미의 블루칩 페루를 통해 남미로 가는 교두보를 확보하게 됐다. 페루는 남미 국가 가운데 소득수준과 인건비가 낮고 지리적으로 남미의 중심에 있어 생산기지로도 활용가치가 높다. 다만 풍부한 천연자원 활용하는 자원협력을 강화한 '자원개발형 FTA' 모델을 구축하지는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과 코트라ㆍ한국무역협회 등은 한-페루 FTA 체결로 가장 큰 혜택을 볼 품목으로 자동차를 꼽았다. 현재 한국산 자동차의 페루시장 점유율은 23%로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일본차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팔린다. 최근 한국차에 대한 페루 소비자의 선호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일본에 앞서 FTA를 체결함에 따라 가격경쟁력에서 크게 앞서게 됐다. 전문가들은 FTA체결로 현재 9%인 상용차 관세는 즉시 철폐되고, 3,000cc 미만 승용차는 5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철폐되면서 한국차 판매가 1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측한다.


자동차 외에 9%, 17%의 높은 관세가 부과되는 가전제품도 혜택을 보게 된다. 현재 TV는 9%, 세탁기ㆍ냉장고는 17%의 관세를 붙이고 있어 관세철폐로 인한 가격경쟁력 상승 효과가 크다. 다만 중저가 제품은 멕시코ㆍ브라질 등 제3국을 통한 생산이 많아 수출확대 효과는 한국에서 직접 생산해 수출하는 LCD TV 등 고가품 중심으로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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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장비부품과 철강판 등 건설관련 품목의 수출증가도 기대된다. 페루는 2003년부터 연평균 7%를 웃도는 높은 경제성장률 기록하면서 건설경기가 호조를 보이고 있다. 9%의 관세가 철폐되는 중장비 부품과 철강판의 수출도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페루와의 FTA는 페루 시장 외에 남미시장 진출의 새로운 교두보를 확보했다는 의미도 크다. 페루는 생산기지로서의 조건을 갖췄다. 지리적으로 브라질ㆍ칠레ㆍ에콰도르ㆍ콜롬비아ㆍ볼리비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고, 태평양 연안에 위치한 카야오 항구는 한국과 중남미간 최단 거리 항구다. 2007년 기준 페루의 월평균 임금은 330달러로 콜롬비아(709달러), 칠레(485달러), 멕시코(481달러) 보다 낮아 제조업의 진출기지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한편 페루와의 FTA는 수출확대라는 측면보다는 광물부국과의 자원개발과 협력의 다리를 놓는데 중점을 뒀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페루의 경제규모는 우리나라의 10분의1 수준이고, 수출규모는 6억 달러로 1조원에도 못 미친다. 반면 페루의 구리 매장량은 세계 2위, 아연 3위, 주석 3위 등 주요 광물 자원 매장량이 풍부하다. 한국이 수입하는 품목도 아연ㆍ구리ㆍ기타광물 등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권기수 KIEP 전문연구원은 "페루의 경제규모가 한국의 10분의1에 불과하고 양자간 무역규모도 작아 한-페루 FTA체결의 경제적 효과는 미미하다"며 "한-페루 FTA는 페루가 갖고 있는 전략적 가치, 그 중에서도 자원협력에 맞춘 자원개발형 FTA 모델 구축을 적극 강구할 필요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수출확대와 자원개발 협력강화라는 둘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일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며 "FTA 체결로 양자간 튼튼한 다리를 만들어 한국 기업들이 자원개발 투자에 나서는데 정치적 위험을 많이 낮췄다는 의미는 있다"고 평가했다.

현재 광물개발 사업의 경우 광물자원공사가 페루의 마르코나·셀렌딘 등 2개의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유전광구 사업은 석유공사가 지난해 2월 페루 3위 민간 석유회사의 지분 절반을 콜롬비아 국영 석유회사와 공동 인수했고 여러 개의 탐사광구와 생산광구 개발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따라서 FTA를 계기로 자원개발이 얼마나 활발해질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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