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해군 승조원들 끝까지 선박 지키려다 참변

이달 12일 동해상에서 심야훈련을 마치고 기지로 귀항하던 중 선박 침몰로 실종된 부사관 4명은 높은 파도에 맞서 선박을 끝까지 지키려다가 참변을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유일한 생존자 김경석(24) 하사는 21일 정장 이기주 상사(34)를 비롯한 대원들이 배 안으로 밀려오는 바닷물로 엔진이 고장나고 선실전원이 완전히 차단될 때까지 물을 퍼내는 등 선박을 지키려했다고 사고 당시 상황을 증언했다. 이후 대원들은 높은 파도로 바닷물이 순식간에 선실에 들어차 선박을 지키는게 역부족이라는 사실을 알고 비상탈출을 시도했지만 그 순간 2m가 넘는 파도에 휩쓸려 실종됐다고 김 하사가 전했다. 평소 영해수호 임무에 남다른 각오와 능력을 보여온 이들이 북한 잠수함 침투에 대비해 건조한 특수선박을 지키려다 목숨을 잃었다는 소식과 함께 실종자 전원이 부대와 가정에서 모범적인 삶을 살았다는 사실도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해주고 있다. 양양함에서 근무하다 사고발생 1주일 전에 훈련용 특수선박으로 근무지를 옮겼다가 변을 당한 양영식(33) 상사는 평소 뜨거운 전우애와 충실한 근무태도로 부대원들 사이에 신망이 두터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장 이 상사는 제주함과 부천함 등 주요 함정의 조타장을 두루 역임한 베테랑급 조타사이고 1999년 연평해전 당시에는 참수리-292호를 지휘해 북한 함정을 격파하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지난해 12월 결혼한 기관장 오길영(31) 상사는 신혼의 단꿈을 제대로 느껴보지도 못한 채 이승을 떠났고 훈련통제관으로 탑승한 육군 김광우(36) 원사는 3남1녀의아버지로서 넉넉하지 못한 가정살림에도 1999년부터 홀어머니를 모시고 살아 효자로소문나 있다. 해군은 사고 발생 후 9일이 지나도록 실종자들의 행방이 확인되지 않자 전원 순직한 것으로 보고 22일 오전 10시 문정일 해군참모총장과 육ㆍ해ㆍ공군 장병, 유족이 참석한 가운데 해군작전사령부 상승관에서 `합동영결식'을 거행할 계획이다. 해군 관계자는 "그동안 공군, 해경과 공조해 연 100여척의 함정과 40여대의 항공기를 동원해 침몰 지점을 중심으로 반경 40마일에 이르는 해역에 걸쳐 수색ㆍ탐색작전을 폈으나 실종자를 발견하지 못했다. 높은 파도와 수심 등을 고려할 때 생존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판단해 유족과 협의해 합동영결식을 갖기로 했다"고 밝혔다. 해군과 육군은 임무를 완수하고 최후까지 선박을 구하려한 살신성인의 군인정신과 평소 모범적인 군생활을 높이 평가해 순직자 전원에게 1계급 진급을 추서하고 영현은 22일 오후 대전 국립 현충원 봉안관에 봉안할 계획이다. 한편 해군은 합동영결식 이후에도 사체를 찾기 위해 경비함정과 항공기를 비롯해 가용한 모든 장비를 투입해 탐색작전을 계속할 방침이다. 이 사미처 탑승해 1991년 부사관 131기로 임관해 헌신적인 부대생활로 산과동료와 (아끼 선박 1척이 침몰해 4명이 실종됐다. 13일 합참에 따르면 해군작전사령부 소속 특수목적용 소형 선박 1척이 12일 밤11시52분께 울산 동방 37㎞ 해역에서 지ㆍ해ㆍ공 합동훈련을 마치고 기지로 복귀하던 도중 갑자기 침몰했다. 해군은 사고 선박이 무선으로 보내온 구조요청을 받고 현장 주변에서 항해 중이던 고속정을 급파했으나 전원 부사관급인 승조원 5명 가운데 김모(24) 하사는 구조하고 육군 김모(36) 상사, 해군 이모(34) 중사, 오모(31) 중사, 양모(33) 중사 등 4명의 행방을 찾는 데는 실패했다. 해군과 공군은 어둠 속에서 조명탄을 쏘며 구조활동을 벌이다 날이 밝자 대규모인력과 장비를 투입해 사고 해역 주변을 샅샅이 수색하고 있으나 13일 오전 11시 현재까지 실종 승조원들의 생사 여부를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사고 선박은 북한 잠수함이나 함정의 해상 침투에 대비한 정례적인 지ㆍ해ㆍ공합동훈련에 참가했다 임무를 마치고 기지로 돌아가던 중 침몰했으며 정확한 사고원인은 파악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해군은 사고 선박으로부터 "기관이 고장나 해수가 들어오고 있다. 위험하다"는 내용의 무선교신이 훈련에 함께 참가한 해군 경비정에 접수된 점에 비춰 기관 고장으로 침몰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해군은 당초 이날 밤 10시까지 훈련을 실시할 예정이었으나 수심 144m에 달하는 사고 해역의 파고가 2m로 높아지는 등 기상이 악화돼 훈련시간을 1시간 단축해밤 9시께 훈련을 끝냈다. 사고 선박은 1998년 침투한 북한 반잠수정과 비슷한 형태로 특수 제작된 것으로우리 군과 경찰의 식별 및 탐색, 격침 능력을 높이기 위해 평소 해역 곳곳을 옮겨다니며 훈련에 투입돼 왔다. (서울=연합뉴스) 황대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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