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서울 길음동에 거주하는 세 살짜리 여아를 둔 직장인 노모(38)씨는 CCTV 설치 의무화가 무산됐다는 소식에 불안해했다. 노씨는 "이달부터 당장 어린이집에 보내야 하는데 CCTV 설치 의무화가 무산됐다고 해서 어찌해야 할지 당혹스럽다"며 "CCTV 의무 설치는 제대로 의사표현을 할 수 없는 영유아를 보호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고 학부모들도 기대를 했는데 결과에 화가 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문동에서 사는 이진호(37)씨 역시 "CCTV 설치가 교사의 교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동학대가 빈발한 상황에서 아동의 인권을 지켜주는 것이기 때문에 학부모들도 CCTV 설치 의무화에 찬성해온 것"이라며 "국회에서 법안이 부결된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번에 법안이 부결된 것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국회의원들이 보육교사나 어린이집 원장 등 이해관계자들의 표심을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세 살짜리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표결에서 기권표가 많이 나온 것은 정치인들이 이해관계자들의 표를 잃지 않으려 했기 때문일 것"이라며 "표를 가진 어린이집 등 이익단체의 압력에 굴복한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비판했다.
이번 법안 부결로 어린이집 CCTV 설치 확대 등을 추진해온 서울시 등도 난감한 상황이다. 서울시는 오는 2016년까지 총 600대의 CCTV를 유치원 등 모든 어린이보호구역 주변 도로에 설치할 계획이었지만 이번 법안 부결로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서울시는 3월 중 시내 어린이집 쪽으로 어린이집 CCTV 설치와 관련한 자금지원계획 안내 공문을 내려보낼 방침이며 이것은 어린이집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의 부결과 상관없이 진행된다"며 "다만 법제화가 되면 국비지원 확대가 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부결돼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고 말했다.
반면 어린이집 원장들과 보육교사 단체들은 법안 부결을 반겼다. 배창경 한국보육교직원총연합회 대표는 "CCTV 의무화는 교사의 인권·교권 침해 여지가 많았다"며 "CCTV가 의무화되면 학부모와 보육교사 간의 갈등만 증폭시킬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