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업계가 개인회원의 카드 한도를 다시 늘리기 시작한 것은 부실 위기로부터 어느정도 벗어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전업 카드사들은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앞 다투어 카드사용 한도를 줄였고 사실상 신규 영업을 중단하다시피 했다. 은행들 역시 `폭탄 돌리기`를 피하기 위해 한도를 줄이며 숨죽여 왔다.
그러나 카드업계는 지난 1년 여 동안 `불량회원`들이 어느 정도 정리됐고 혹독한 시련을 거쳐 부실에 대처하는 노하우도 생긴 만큼 또 다시 위기가 재연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되찾고 있다.
▲삼성카드의 증자
▲LG카드의 채권단 공동경영
▲외환ㆍ우리카드의 모은행 합병 등 카드업계의 불안요인이 거의 제거돼 다시 영업에 눈을 돌릴 기반이 마련됐다는 점도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전체적인 카드 연체율과 신용불량자수는 여전히 증가하고 있지만 신규 카드회원의 연체율과 우량고객의 카드 사용실적 등을 보면 시장은 차츰 회복국면으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 “카드시장 최악 지났다”= 신용카드를 둘러 싼 주변환경이 극적으로 변한 것은 아니다. 은행계 카드의 연체율은 지난해말 7.4%에서 올 1월 9.8%로 높아졌다. 또 지난 1월 신용불량자수는 376만명으로 사상 최고 행진을 이어갔다. 카드위기를 불러온 근본적인 문제는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카드업계는 희망적인 신호를 여러 측면에서 감지하고 있다. 제일은행 관계자는 “카드부실이 사회문제화하면서 개인의 카드사용 한도를 일괄적으로 줄여 일부 우량회원들까지 `도매금`으로 피해를 본 측면이 있다”며 “최근 우량회원의 카드이용실적을 분석한 결과 한도를 늘려줘도 전혀 문제가 없다는 내부 분석이 나왔다”고 전했다. 전업 카드사의 한 관계자도 “카드 연체율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이는 표면적인 통계일 뿐 실제 내용은 달라지고 있다”며 “올들어 신규 카드회원의 연체율은 거의 제로에 가까워 마케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계 금융기관들은 더 낙관적이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은 지난해 우리나라의 신용대출 시장에 대한 6개월간의 평가작업 끝에 성장 잠재력이 충분하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후 지난해 9월 신용카드 현금서비스와 겹치는 연 10~30%대 금리의 신용대출상품을 내놓았고 최근에는 국내 카드사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한미은행 인수를 선언한 씨티은행도 지난해 말 신규 카드회원이 리볼빙식(부분상환방식) 현금서비스를 신청할 경우 적용했던 최저 금리를 연 12.99%에서 9.9%로 낮추는 등 공격적인 영업을 하고 있다.
◇카드업계 전열 재정비 = 카드업계가 다시 영업에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은 엄청난 부실로 몸을 가누기도 어려웠던 지난해와는 달리 어느 정도 내부 정비가 끝나 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파업ㆍ직장폐쇄 등 극한대립으로 치달았던 외환카드가 노사합의를 통해 안정을 되찾았고 삼성카드도 당초 계획보다 5,000억원 늘린 1조5,000억원의 증자를 결의했다. LG카드 역시 새 사령탑을 내정하는 등 정상화 준비작업에 한창이다.
이와 함께 대부분의 카드사들이 지난해 부실을 대거 털어내고 몸을 가볍게 해 올 들어 서서히 안정을 찾고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국민카드 합병 후 수개월간 부실축소에 매달려 이제서야 신규영업에 눈 돌릴 여유가 생겼다”고 말했다.
물론 일부 카드사들은 아직 신중한 입장이다. 현대카드의 한 관계자는 “아직 카드한도 증액과 같은 공격적인 전략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카드채 시장이 여전히 경색돼 자금조달 비용이 비싸다는 점이 전업 카드사들의 큰 부담이다.
이에 대해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조달기반이 월등한 은행계 카드사들이 당분간 시장을 선도할 가능성이 높다”며 “결국 전업 카드사들도 수세에 몰리지 않으려면 마케팅을 강화할 수 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조의준기자 joyujune@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