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국가 가운데 군계일학의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영국 경제의 수장인 조지 오즈본 재무장관의 경제정책인 '오즈보노믹스'가 주목받고 있다. 오즈본 장관은 지난 몇년간 "긴축을 풀라"는 국제통화기금(IMF) 등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재정긴축과 세금감면을 근간으로 한 오즈보노믹스를 고수했다. 영국은 지난해부터 낮은 실업, 임금 성장, 높은 경제성장률 등 화려한 경제 성적표를 제시하며 "오즈본이 옳았다"는 평가를 받아냈다.
영국 매체 가디언과 ICM이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와 오즈본 장관의 경제정책을 지지한다는 응답이 40%에 달해 22%에 불과한 야당(노동당)의 경제정책에 대한 신뢰도를 크게 앞섰다. 여당인 토리당은 노동당에 비해 지지율이 32%대37%로 뒤졌지만 토리당 정부의 경제정책만은 유독 높은 지지율을 얻었다.
진보매체인 가디언은 우파적 경제정책의 선봉에 선 오즈본의 정책에 대한 지지율 고공행진에 대해 놀라움을 나타내면서 "경기침체기에 긴축을 주장하면 사탄으로 여겨져야 하는 게 정상인데 그렇지 않다"고 평가했다.
아일랜드계 귀족 집안 출신인 오즈본 장관은 30세 때 하원에 진출한 후 영국 정계에서 성공가도를 달렸다. 지난 2005년 총선 뒤 34세 때는 보수당 섀도캐비닛(예비내각) 재무장관에 깜짝 지명됐으며 캐머런이 2010년 총선에서 승리한 뒤 측근인 그를 내각 2인자 자리인 재무장관에 임명했다. 경제관료로서 능력을 검증받은 적이 없고 당시만 해도 30대 후반에 불과했던 오즈본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경제수장을 맡는 것은 큰 모험이었다. 그러나 취임 직후부터 과감한 경제개혁을 통해 그는 글로벌 금융위기, 유럽 재정위기 등을 돌파하며 영국 경제를 선진국 가운데서도 수위권에 올려놓았다.
오즈본의 과감한 행보 중 하나로는 영국 중앙은행 사상 처음으로 외국인 총재를 영입한 점을 꼽을 수 있다. 그는 캐나다인인 마크 카니를 총재로 영입하며 "위기를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반대론자들을 설득했다.
오즈보노믹스의 정수는 긴축이다. 그는 2010년 5월 취임 직후부터 건전재정과 세금감면을 통한 경제 살리기, 노동시장 유연성 확대, 공기업 개혁 등 보수적인 경제정책을 추진했다. 복지지출 삭감 등으로 정부 재정지출을 줄이면서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2010년 -10%대에서 2011년 말 -7.7%, 2012년 말 -5.98%, 2013년 말 -5.65%까지 줄어들었다. 건전재정을 기반으로 법인세·에너지세 등을 줄여 경제 활성화에 나섰다. 경제성장률도 지난해 4·4분기 2.7%를 달성했으며 내년에도 평균 2.5%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자리 사정도 호전됐다. 인플레이션은 2월 1.6%로 떨어진 반면 임금상승률은 1.7%로 증가하며 근로자들의 실질임금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실업률 역시 7%를 하회하면서 유럽에서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처럼 화려한 경제성적은 그동안 영국의 긴축정책이 경기침체로 이어질 것이라며 오즈본의 경제정책을 맹렬히 비판해온 IMF와 로런스 서머스 미 하버드대 교수 등을 머쓱하게 했다. IMF는 최근 "우리 예상이 너무 비관적이었다"며 오판을 시인했다. 오즈본 장관은 "앞으로도 법인세 감면, 공공지출 축소 등의 긴축정책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