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영(鄭周永)현대 명예회장의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 면담은 본격적인 남북경협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소규모로 진행되어온 경협사업이 이제 대규모 투자를 통해 본궤도로 접어들게 됐다.
정명예회장은 김국방위원장 면담을 통해 일단 현대 대북사업들에 대한 정권차원의 「공증」을 받았다. 우리 정부가 추진해온 「햇볕정책」의 산물인 현대의 대북사업은 북한정부의 추인을 받아 그동안 남북 정치논리의 종속변수였던 경협을 「독립」시키는 역할은 한 셈이다.
물꼬를 튼 남북경협은 당분간 현대의 경협사업을 큰 줄기로 움직일 전망이다. 정명예회장의 방북 보따리를 통해 가닥을 잡은 현대의 경협사업은 대체로 7가지다.
우선 금강산 유람선사업을 비롯한 금강산종합개발사업과 이번 방북에서 원칙적으로 합의를 본 남북유전개발사업 외에 자동차 조립사업 고선박해체사업 철근공장 건설 제3국 시장 공동진출 서해안공단 조성 등 6월 방북에서 합의한 5개프로젝트 등이다.
이들 사업들은 모두 하나만으로도 충분한 비중을 지닌 사업들이어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될 경우 현대의 프로젝트만으로도 남북경협은 엄청난 동력을 얻을 전망이다.
특히 금강산 관광사업은 연간 30만명이상의 관광객들이 북한을 오가는 인적 교류의 길을 열어 경협은 물론 남북화해 분위기조성에 한 몫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현대측은 국내 기업 최초로 평양에 지사설립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내 향후 사업확대에 대한 교두보를 마련했다. 평양지사는 7개의 프로젝트를 통괄하는 한편 북한측과의 협의 채널 역할을 하게 될 전망이다.
현대의 뒤를 이어 다른 민간부문의 경협들도 활성화할 수밖에 없다.
최초의 합영회사인 남포공단 남북합영총회사를 통해 남북경협의 선도역할을 해 온 대우는 남포에 가전조립공장 중장비공장 추가 및 나진선봉지역의 호텔건립 등을 추진할 계획이고, LG도 LG상사를 중심으로 추진해 온 TV조립공장과 중소기업과 함께 공동진출을 모색해온 자전거공장 수산물양식 등 기존사업들을 재개할 움직임이다.
북한 출신 기업인들의 행보도 빨라질 전망이다. 고합과 에이스 침대 등은 침구화섬직물과 침대공장설립 등을 최근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롯데(백화점 및 제과공장 설립) 한화(PVC합작) 신원(봉제 신발) 등도 본격 사업추진을 모색하고 있다. 이재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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