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산으로 가는 고용 정책] 겉도는 고용부 … 컨트롤타워 역할 못하고 재계와 소통도 단절

통상임금 등 이슈 많지만 정부 노사조율 기능 상실

기업인 사법부 문 두드려 노정관계 더 악화시켜

일자리 정책의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가 줄곧 '일자리 확대'를 외치고는 있지만 정책을 함께 만들어가야 할 노동계·산업계와 원활하게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철도노조 파업이나 지난달 카드사 정보유출에 따른 텔레마케터 영업정지에 대한 대응과정에서는 다른 부처와의 정보공유에 한계를 드러내는 모습도 보이고 있어 고용부가 하루빨리 기능을 되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와 한국경영자총협회는 17일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할 경우 산업계에 막대한 피해가 우려된다며 대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경제단체들이 사법부의 문을 직접 두드리는 장면은 우리나라의 노동계와 경제계, 그리고 이들을 담당하는 정부부처 간 기능과 역할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준다.


정부는 고용률 70%를 목표로 내세우고 일자리를 늘리는 한편 기업들의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 경제를 살리겠다고 말하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기업인들이 정부의 대책을 믿지 못한 채 사법부로 달려가고 있는 것이다.

올해는 유난히 고용노동 분야의 굵직한 이슈들이 많다.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하는 근로시간 단축 문제뿐만 아니라 기업 전반의 임금체계를 뒤흔들 통상임금 문제, 정년 연장, 일·가정 양립 등 근로자와 사용자·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풀어야 할 숙제가 한둘이 아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도적으로 나서 각 주체를 조율하고 의견을 모아야 할 고용부가 제 역할을 못 하면서 노정관계는 평행선을 걷고 있으며 경제계는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까지 떠안고 있는 모습이다. 이는 결국 투자나 신규 채용의 축소로 이어져 정부가 추진하는 고용률 70% 정책 추진에도 장애가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고용부의 미숙한 움직임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우선 재계와의 불통이다. 경영계는 최근 노사관계의 주요 이슈로 떠오른 통상임금 문제와 근로시간 단축 등 현안들에 대해 고용부가 자신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지 않는다는 데 불만이 가득 차 있다.

실제 현 정부 들어 고용부 장관과 경제단체 수장 간 공식적인 만남은 찾아볼 수 없다. 경총에 따르면 지난 2009~2012년 경제5단체장과 고용부 장관의 공식 간담회는 7차례나 됐지만 지난해 2월 새 정부 출범 이후 방하남 장관이 취임한 뒤 고용부 수장과 경제5단체장이 함께 만난 적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앞서 2011년 6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고용부를 이끈 이채필 전 장관은 각각 2011년 9월과 2012년 2·9월 등 3차례 경제단체 수장들을 만났다. 또 2009~2010년 이영희 전 장관과 임태희 전 장관 역시 수차례 경제5단체장 또는 상임부회장을 만나 경제활성화, 청년고용 확대 등의 방안을 집중 모색했다.


반면 새 정부 출범 이후 1년이 다 돼가지만 방 장관과 경제5단체장의 만남 횟수는 '0'이다. 관련 단체들을 지속적으로 만나야 할 고용부가 컨트롤타워 기능을 상실했음을 그대로 보여주는 단면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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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고용부 관계자는 "지난해 5월 부처 합동으로 경제5단체를 만난 것 외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개별 단체와 접촉하는 등 산업계와의 소통 채널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장관과 경제단체장의 공식적인 만남과 개별 접촉이 주는 무게감은 비교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그렇다고 노동계와 고용부 간 관계가 원만한 것도 아니다.

1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위원회 산하에 '노사정 사회적 논의 촉진을 위한 소위원회'를 두기로 의결했다. 통상임금과 근로시간 단축 등 주요 노동 현안에 대해 노사정 대표가 모여 해법을 논의하는 위원회를 국회에 설치하는 것이다. 거꾸로 보면 노사정끼리 이 문제를 풀지 못한 채 국회에 손을 벌리는 셈이 됐다.

지난해 철도 파업 이후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양대 노총이 '노정관계 단절'을 선언하며 노사정위원회는 식물위원회로 전락했고 노사정이 참여하는 모든 위원회는 논의가 그대로 중단됐다. 고용부가 올해 임단협을 앞두고 사업장의 혼란을 막기 위해 만든 통상임금 지침은 되레 노동계의 반발만 일으켰고 양대 노총이 '고용부 통상임금 지침 수용 불가' 입장을 내걸며 갈등의 불씨만 키웠다.

17일 방 장관이 1년 만에 한국노총을 방문하며 뒤늦게 소통을 위해 움직이는 모습을 보였지만 여전히 완전한 노정관계 회복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고용부가 다른 부처와 유기적인 협조관계를 만들지 못하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카드사의 개인정보 유출 문제가 전국적인 이슈로 부상했던 1월 말 환노위 소속의 야당 의원이 '카드사 텔레마케터의 신규 영업 금지에 따른 생계 문제'에 대해 고용부에 묻자 돌아온 답변은 "영업금지건은 금융위원회가 주도했는데 해당 부처에서 알려주지 않는다"였다. 또 지난해 12월 사상 최장기간의 철도 파업에서도 방 장관은 "노사관계 부처 장관으로서 최소한의 역할을 하려 했지만 만나서 설득할 기회를 갖지 못했다" "불법파업이 되다 보니 우리의 역할에 한계가 있었고 면담을 했어도 (노조 측이) 듣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하는 등 주요 이슈에서 동떨어진 모습을 보였다.

특히 노정관계 단절의 단초가 된 공권력의 민주노총 본부 진입과 관련해 방 장관이 투입 이후에야 해당 사실을 안 것으로 드러나 야당 의원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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