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美재무부채권 30년물 발행중단

흑자재정실현에 금리인하 필요성 맞물려전세계 금융상품 가운데 가장 안전하고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는 미 재무부채권(TB) 30년물이 사라진다. 이에 따라 뉴욕 채권시장의 기준물이 TB 30년물에서 10년물로 옮겨지게 됐으며 31일 TB 30년물은 지난 87년 10월 블랙먼데이 이후 최고의 폭으로 폭등했다. TB 30년물 발행 중단으로 한국은행이 외화자금 관리를 위한 포트폴리오를 변경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피터 피셔 미 재무부 차관은 이날 "현재의 재정 여건상 TB 장기물의 발행이 더 이상 필요 없게 됐다"며 30년 만기 국채 발행 중단을 전격 발표했다. 이날 발표는 사전 예고가 없은데다 최근 뉴욕 증시 불안으로 국채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이뤄져 장기물을 중심으로 TB가격이 일제히 폭등했다. TB 30년물은 액면가 100달러당 5.06달러 폭등하고 수익률이 0.32% 폭락, 98년 러시아 국가 파산 이래 최저인 4.88%로 떨어졌다. 10년물은 100달러당 1.31달러 오르고 수익률이 0.16% 하락했으며 2년물의 수익률도 0.05% 하락, 가격이 소폭 올랐다. 이날 TB 장기물이 단기물보다 급등한 것은 올들어 단기물 중심으로 가격이 상승했던 시장 조류에 반하는 것이다. ◆ 재정적자 시대의 유산 정리 77년에 첫 발행된 국채 30년물은 24년 만에 발행이 중단된 것이다. 지미 카터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때 극심한 재정적자를 보전하기 위해 대량 발행됐으며 현재 시중에는 5,650억달러가 유통되고 있다. TB 30년물은 한때 15.2%의 고금리를 보장, 각국 중앙은행과 일본 상사들이 선호하는 금융상품이었고 미국이 일본에 팔려가는 상징물이기도 했다. 미 재무부가 국채 30년물 발행을 중단한 이유는 흑자 재정이 실현된데다 예산을 절감하고 장기물 채권시장의 금리(수익률)를 떨어뜨리기 위한 것이다. 올들어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공격적인 금리인하를 단행하면서 TB 단기물 금리가 급락했지만 장기물 금리는 큰 변화가 없었다. 미국 경제가 단기적으로 불황에 허덕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좋아질 것이라는 뉴욕 월가의 판단 때문이었다. 이에 따라 높은 이자를 물며 장기물을 발행하기보다는 싼 금리의 단기물을 발행하며 물량 공급 중단을 통해 장기물 금리를 떨어뜨리자는 것이다. ◆ TB 수급조절 9월30일 마감한 2001 회계연도 미국의 재정흑자는 1,272억달러로 전년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10월 세입은 1,585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7.8% 감소했다. 게다가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감세정책과 재정지원을 약속하고 있는데다 막대한 전쟁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에 미국은 당분간 국채 물량을 줄일 수 없는 여건이다. 이에 따라 미 재무부는 내년 1ㆍ4분기 예정된 국채조기상환(buy back) 계획을 포기하고 2ㆍ4분기 이후 조기상환 물량도 상황에 따라 조절할 계획이다. 연방정부는 경기 둔화로 인한 재정 불균형이 단기에 그칠 것으로 보고 당분간 10년물 이하의 발행을 늘려 재정 수지 균형을 유지할 계획이다. 미 재무부는 모기지(주택담보) 대출금리 등의 시장 균형을 위해 30년물 발행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비판론에도 불구, 장기물 발행 중단으로 인한 시장 충격이 극소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뉴욕=김인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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