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전경련·경총 임금동결 등 초강수 배경·파장

◎인사·임금 등 경영전반 대수술/생산성향상 위해 모든 수단 총 동원/근로자 「희생」 일방요구… 갈등 예고「18일 대전」(노사관계개혁위원회의)을 앞둔 「압박용」인가, 꼭 실행하겠다는 결연한 의지의 표현인가. 지난 15일 경총이 회장단 및 30대그룹 인사·노무담당 임원회의를, 전경련이 기조실 재무담당임원들의 운영위원회의를 잇따라 열고 강도높은 임금·인사정책을 천명하면서 제기된 관심사다. 이는 비단 당사자인 기업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정치·경제·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올 수 있다. 특히 이 문제는 최근 급속한 확산추세를 보이고 있는 인력재배치 등의 인사정책과 맞물려 엄청난 파장을 가져올 수도 있다. 재계단체의 두축인 전경련과 경총의 「15일 결의」는 경영전반의 변화와 함께 근로자 등 임직원들의 「희생」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적잖은 갈등이 예상된다. 경총이 4천2백여 회원사들의 동참을 유도키로 한 ▲적자나 1인당 매출액 감소기업의 경우 임원은 물론 일반사원까지 임금동결 ▲총액임금 뿐 아니라 개인임금도 동결 ▲고정급화돼 있는 상여금의 실적급화 ▲전회원사 임원의 내년임금 동결 등은 「동참과 희생」을 뜻한다. 전경련도 경총의 입장에 보조를 맞췄다. 두 단체는 특히 그동안 개별그룹별로 추진해온 인력재배치를 경쟁력향상을 위한 공동추진사안으로 결정했다. 이는 일부에서 제기되는 「사실상의 감원조치」란 비판에 정면으로 이의를 제기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같은 상황을 종합할 때 내릴 수 있는 결론의 하나는 임금, 근무여건, 복지 등 경영전반에서 큰 변화가 불가피하게 됐다는 점이다. 이는 기업임직원들이 경쟁력향상을 위한 조치라는데 공감하면서도 고용, 급여 등에서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는 요인도 되고 있다. 물론 이런 분석에 대해 노동계와 재계 일각에서는 『실행보다 선언에 더 무게가 실려있다』는 분석도 하고 있다. 오는 18일 열리는 노개위의 노동관계법 최종시안 마련이 타깃이라는 것이다. 그동안 재계가 강조해온 변형시간근로제, 정리해고제 등을 관철시키고, 노동단체가 요구해온 복수노조 허용등에 대한 견제를 위한 의지의 표현이라는 것. 전경련과 경총은 이런 분석을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경제단체의 한 관계자는 『15일 두 단체가 다른 장소에서 같은 소리를 내기까지 상당한 교감이 있었다』고 말한다. 그는 『지난 14일 「재계에서 복수노조를 수용한다」는 내용의 보도에 대해 노사관계를 맡아온 경총은 물론 전경련 등 경제단체에는 그룹회장, 노무담당 임원들의 비난이 빗발쳤다』고 말했다. 경총이 전제조건을 달기는 했지만 초강수(사원임금동결, 4천2백개 전회원사 대상 등)를 통해 「생산성향상을 위해서라면 모든 수단을 총동원하겠다」고 선언하고 나선 것은 이런 분위기를 잘 설명해주고 있다는 것. 이에 대해서는 전경련도 같은 입장이다. 전경련이 경쟁력강화 방안으로 내놓은 「총액임금억제」가 자연상승분(호봉승급)이 불가피한 현실을 감안할 때 신규채용억제나 인위적 인력감축 밖에 없다. 신규채용 억제는 기업의 궁극적 목표(영속성)를 감안할 때 비현실적이다. 결국 재계는 감원을 선택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며, 전경련도 이를 부인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명예퇴직제와 같은 인위적 감원바람이 다시 불 것인가. 이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정부도 명퇴제와 같은 인위적 감원정책의 부정적 영향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있고, LG를 비롯한 많은 그룹들이 「인위적감원을 하지 않겠다」고 밝힌 상태다』며 그 배경을 설명한다. 재계의 입장을 「실행보다 엄포」로 보는 시각은 이같은 현실적 한계에서 나온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의 직접 당사자인 기업 임직원들의 생각은 다르다. 비록 명예퇴직제와 같은 방법이 아니더라도 감원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조치는 얼마든지 있고, 또 현실화되고 있다는 것. 최근 주요그룹들이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인력재배치 ▲사업구조조정이 대표적인 내용으로 지적되고 있다. 인력재배치는 「임금동결」에 버금가는 거센 폭풍의 진원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이를 도입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하거나 실행에 나선 기업은 삼성, 현대, 선경, 쌍룡, 기아, 한화, 코오롱 등 국내의 내로라 하는 재벌그룹들이 대부분 포함돼 있다. 또 전경련과 경총도 15일 회의에서 『인력을 재배치하여 간접인원을 소수 정예화하는 동시에 배치 전환교육을 강화한다』고 의견을 모아 경쟁력 향상을 위해서는 불가피한 조치라는 점을 강조하고 나섰다. 이에따라 앞으로 전환배치는 재계전체로 급속히 확산되면서 대대적인 인사바람과 함께 환경변화에 적응치 못해 불가피하게 퇴직하는 사태가 빈발할 것으로 보인다.<박원배>

관련기사



박원배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