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의 전쟁 핼 헬먼 지음/ 바다출판사 펴냄
올 초 전세계를 긴장시켰던 사스(SARS)처럼 질병이 그 자체로서보다는 민족주의나 행정 편의주의, 종교나 사상의 편견, 때로는 의사들의 집단이기주의에 의해 이용되는 경우가 많다. 의료계에도 `권력`이 투영되는 것이다.
이번에 나온 `의사들의 전쟁`은 대중 의료저술가인 저자가 17세기 근대과학의 형성기부터 최근까지 질병과 인간 생명을 두고 벌어진 의학계의 투쟁의 역사를 다뤘다. 특히 의학 발전에 공헌한 사람들이 운명적으로 감당해야만 했던 기득권층의 질투와 증오, 비방과 모함 등의 사례가 풍부하게 소개된다.
독일의 내과의사 레오폴트 아우엔브루거(1722~1809)는 자신이 발명한 청진법이 의학 발전에 크게 공헌할 것으로 확신했지만 기존 의학계의 악의와 증오에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19세기 프랑스 생리학자 클로드 베르나르(1813~1878)는 생체해부의 대가였지만 생리학 실험이 자연과 사회에 대해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라고 생각한 반(反) 생체해부주의자의 끊임없는 비난을 받아야 했다. 임산부들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산욕열`(분만시 상처를 통해 세균이 침입, 고열을 수반하는 질환)이 의사들의 불결한 손을 통해 발생한다고 주장한 헝가리 내과의사 제멜바이스(1818~1865)는 의학계에서 배척당하고 직업을 빼앗긴 후 한 정신병원에서 외로이 죽음을 맞았다. 이 밖에 이 책은 박테리아의 정체를 두고 이견을 보인 파스퇴르와 코흐, 신경세포의 비밀을 밝힌 골지와 라몬이카할, 어린 아이의 성욕 존재 여부를 두고 반목한 프로이드와 융의 이야기들을 소개한다.
<박상영기자 sane@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