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청와대는 채동욱 인사청문회를 보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3일 여야 합의로 채동욱 검찰총장 내정자에 대해 '적격' 의견을 담은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채택했다. 청문회 종료 하루 만에 일사천리로 이뤄진 것이다. 청문회를 할 때도 다른 내정자와 달리 고성과 질타를 찾아볼 수 없었다. 도덕성만큼은 아무런 흠집 없이 깨끗했기 때문이다. 야당 의원들조차 '파면 팔수록 미담만 나온다'며 칭찬 릴레이를 펼쳤다고 한다. 오랜만에 보는 진짜 청문회의 모습이었다.


채 내정자가 제시한 검찰개혁 방안에 논란의 소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 상설특별검사제 도입과 같은 현안에 대해 이견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의 생각과 구상에 대한 옳고 그름을 차치한 채 청문회 진행과정에 주목한다. 이번 청문회는 도덕성에 문제가 없다면 얼마든지 제대로 된 정책검증이 이뤄질 수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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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열린 인사청문회는 그 이름이 부끄러울 정도였다. 부동산 투기부터 탈세, 전관예우, 증여세 지연납부, 해외 재산도피까지 각종 의혹에 항상 시간을 허비했다. 도덕성에 문제가 있어 청문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낙마한 경우도 5건이나 됐다. 정책검증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애초부터 마련되지 않았던 셈이다.

최근 한 여당 관계자는 인사청문회에서 정책검증을 공개하되 도덕적 검증은 비공개로 할 수 있도록 법을 바꾸겠다고 말했다. 고위공직자 내정자들의 사생활과 치부가 온국민 앞에 속속들이 드러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인 듯하다. 하지만 앞뒤가 틀렸다. 내정자들에게 망신을 안겨준 이는 국회의원도 언론도 아닌 바로 청와대다. 인사의 기초검증조차 하지 않은 채 국민 앞에 공복이라고 내세운 것 자체가 잘못됐다.

인사청문회가 제 역할을 다하려면 먼저 내정자가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전제가 깔려야 한다. 그래야 다음 단계인 정책검증으로 넘어갈 수 있다. 채 내정자의 청문회는 이를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잘못된 것은 청문회도 법도 아닌 청와대 인사 시스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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