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 바코드 지고 디지털 고주파인식(RFID)이 뜬다.`
물건을 카트에 넣어 계산대를 그냥 지나치는 것만으로 모든 계산이 끝나는 시대. 도서관에서 누군가 엉뚱한 자리에 꽂은 책의 위치를 바로 찾을 수 있는 시대. 제품의 원료 및 생산에서 판매, 소비, 이동을 실시간으로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시대가 성큼 다가오고 있다. 이러한 일을 모두 가능케 하는 기술인 RFID 시대가 본격 열리고 있다.
◇유비쿼터스의 핵심 RFID= 흔히 오토(Auto) ID로도 불리는 RFID는 제품에 부착된 칩의 정보를 주파수를 이용해 읽고 쓸 수 있는 기술을 말한다. 주파수를 이용하기 때문에 바코드처럼 일일이 리더기에 제품을 갖다 댈 필요 없이 리더기 주변에 제품이 놓여 있기만 하면 된다. 또 바코드에 비해 입력정보량이 수천 배에 달해 활용분야도 무궁무진하다.
일부에서는 RFID가 인류의 삶을 인터넷보다 더 극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RFID가 제대로 정착되면 전기, 전자 제품을 넘어 모든 사물에 디지털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2005년 새 시장 열려= 전문가들은 국제표준이 올해 마련되고 칩 제조 비용이 개당 5센트 정도로 떨어지는 2005년부터 RFID 보급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MIT 연구기관인 오토ID센터는 이달초 미국과 유럽의 바코드 관리기구인 UCC 및 EAN과 제휴, RFID 상용화기구 오토ID사를 11월 출범시키기로 했다. 100여개 기구가 함께 참여하는 오토ID사는 범용 제품 코드(UPC)를 제정하고 칩 가격을 개당 5센트 정도로 떨어뜨리는 것을 목표로 활동에 들어갈 계획이다.
특히 세계 최대 유통업체인 월마트가 오는 2005년 1월부터 RFID로 바코드를 전면 대체하기로 해 경쟁 유통업체나 납품사인 제조업체들도 관련 기술확보에 발 빠르게 나서고 있다. 유럽 굴지의 유통업체인 메트로그룹은 독일에 이미 RFID 태그를 모든 제품에 부착한 매장을 오픈하기도 했다. 유럽연합(EU)은 유로 지폐에 RFID칩을 부착, 돈의 흐름을 정확히 파악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IBM이 최근 유럽, 남미, 미국 등 60여개국 200여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조사대상 유통업체의 71%가 2005년말까지, 제조업체의 75%가 2006년말까지 RFID 기술을 도입할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도 본격 도입 나서= 국내에서도 저주파를 이용한 RFID 기술이 지하철이나 출입문 시스템, 도서관 등에 도입되면서 관련 기술 개발 및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정보통신부는 최근 RFID 관련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오는 9월까지 900㎒대역 신규 주파수 확보, 기술표준 제정, 연구지원, RFID센터 설립 및 산업협의회 구성 등에 나설 계획이다. 관련업계도 20여개사가 최근 RFID협의회를 구성, 공동과제 및 협력방안 마련 등에 나섰다.
최근 수입일변도였던 RFID 관련 칩, 장비, 기반기술을 국내에서 개발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삼성테크윈 등 대기업과 벤처기업 크레디패스 등이 관련 기술 상용화에 나서고 있는 상태. 업계에서는 내년부터 국내시장이 열리기 시작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해결과제도 많아=RFID는 기술적으로는 상당히 매력적이지만 보급이 확산되기 위해서는 프라이버시 보호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예를 들어 RFID 리더기를 몰래 작동하면 개인이 지니고 있는 모든 물품의 정보에서 구매이력 등을 한번에 파악할 수도 있다. 또 경쟁업체로의 정보 노출을 꺼리는 기업이 참여를 꺼리고 있는 등 국제 표준안 마련 및 보급이 용이하지 만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호정기자 gadgety@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