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구멍뚫린 금융사 지배구조-칼 빼든 당국] <1> 계속되는 그들만의 리그

8000만원 연봉 받으며 호가호위… 연임잔치 맛들인 사외이사<br>장기집권으로 권력 비대화·권한 남용<br>일부 금융회사선 예스맨 노릇만 하기도



8000만원 연봉 받으며 하는 일이 고작…
[구멍뚫린 금융사 지배구조-칼 빼든 당국] 계속되는 그들만의 리그8000만원 연봉 받으며 호가호위… 연임잔치 맛들인 사외이사장기집권으로 권력 비대화·권한 남용일부 금융회사선 예스맨 노릇만 하기도

김영필기자 susopa@sed.co.kr

























지난해 12월5일 KB금융지주 이사회는 ING생명 인수안건을 부결했다. 사외이사 9명 중 5명이 반대했고 찬성이 2명, 보류가 2명이었다. 사외이사들은 국내외 경기침체와 보험산업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업계에서는 "사외이사들이 지나치게 보신주의로 가는 게 아니냐"는 말이 돌았다. ING생명 인수를 추진하면서 신한금융지주와의 시가총액이 2조5,000억원 안팎까지 줄었다가 최근 다시 5조원 가까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금융지주회사의 불안정한 지배구조 문제가 계속되고 있다. 주주로부터 권한을 위임 받은 사외이사들이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어 그룹을 좌지우지한다는 얘기다. 금융감독당국은 과거 강정원 전 국민은행장 사건을 교훈 삼아 사외이사 모범규준을 만들었지만 도리어 사외이사의 장기집권을 용인해주는 도구가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제윤 금융위원장 내정자가 서울경제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작심한 듯 "관치가 없으면 정치, 정치가 없으면 호가호위하는 사람들이 내치를 한다"고 말한 것은 '친MB 회장'들뿐만 아니라 사외이사들의 권력화와 권한남용을 정면으로 겨냥한 것이다.

◇견제 없이 서로가 임기 연장=이달 열리는 주요 금융지주회사의 주주총회는 모두 사외이사들의 연임잔치로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외이사의 임기연한인 5년을 채운 사람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임기를 연장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신한금융은 임기가 끝나는 9명의 사외이사 중 유재근 사외이사를 뺀 8명을 재선임하기로 했다. KB금융도 임기가 만료되는 8명의 사외이사 가운데 7명을 재선임했다. 5년간 사외이사직을 맡아 더 일할 수 없는 함상문 이사만 김영과 한국증권금융 고문으로 바뀔 계획이다. 우리금융지주나 하나금융지주도 임기 5년을 채운 사외이사만 교체될 가능성이 높다.

2010년에 만들어진 '은행 등 사외이사 모범규준'에 따르면 은행이나 금융지주사는 매년 20% 안팎의 사외이사를 새로 선임해야 한다. 그런데 이것은 강제가 아닌 권고다. 20% 안팎이라는 문구 때문이다. 그런데 사외이사를 새로 뽑는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서 사외이사들의 힘은 막강하다. 규준에는 사추위의 절반 이상을 사외이사로 구성하도록 돼 있다. 출발선에서부터 사외이사들에게 많은 힘을 실어준 셈이다.

KB금융의 경우 사추위 위원이 5명인데 대표이사 회장과 사외이사 4명으로 구성된다. 당초에는 사외이사들의 힘을 키워 경영진의 독단을 막겠다는 의도였지만 반대로 사외이사들의 힘이 비대해지는 꼴이 됐다. 사외이사들이 입을 맞출 경우 견제할 도구가 전혀 없는 상황이다. 이번에 KB의 새 사외이사로 추천된 김 고문도 사외이사들이 선택한 인물이다.


실제로도 그렇다. 사외이사들이 서로가 서로의 임기를 연기해주는 진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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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2010년에 바뀐 '2+1룰'은 사외이사들에게 장기집권의 면죄부를 주고 있다. 이전에는 사외이사 임기는 보통 3년으로 임기를 한번만 채우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일부 사외이사는 연임을 통해 6년 이상 하는 사례도 있었다. 이를 막기 위해 사외이사의 최초 임기를 2년으로 하고 1년씩 연장할 수 있도록 한 것이 2+1룰이다. 그런데 임기규정이 바뀌면서 모범규준은 최장 5년까지 사외이사를 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 뒤집어보면 큰 문제가 없다면 사외이사를 5년까지 할 수 있도록 정부가 보장해준 셈이 된다.

금융지주사의 한 관계자는 "전에는 사외이사 임기가 3년 단위이다 보니 3년만 하고 바뀌는 경우도 꽤 있었는데 '2+1'로 가다 보니 5년까지는 무조건 할 수 있도록 당국이 보장해준 꼴이 돼버렸다"며 "사외이사들끼리 잘 보이면 무조건 연장할 수 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급여는 최고 수준…예스맨만 양산=일각에서는 금융권 사외이사들이 대우는 잘 받으면서 자격조건이나 업무능력은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내놓는다.

2011년 기준으로 KB금융의 사외이사들은 1년에 7,800만원의 급여를 받았다. 사외이사들은 건강검진 혜택이 있고 이사회 의장에게는 별도의 업무추진비가 제공된다. 보통 한 달에 한두 번 회의가 있는 것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금액이다. 신한금융은 1년에 6,000만원, 하나금융은 5,300만원 수준이다.

지주 사외이사들이 자회사 임원과 어울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다음 자리를 걱정해야 하는 자회사 대표들은 이런 요구를 뿌리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지주사의 한 고위관계자는 "사외이사들이 은행장을 불러 술을 사게 하고 노래방까지 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접대까지 하는 은행장의 현실을 고발했다.

사외이사들의 힘이 센 KB금융을 빼놓고 보면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은 반대로 사외이사들이 '예스맨'이 아니냐는 평가가 금융권에서는 많다. 지금까지 신한과 하나는 라응찬 전 회장과 김승유 전 회장이 '준오너' 비슷하게 이끌어왔던 곳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두 회장이 물러났지만 오랫동안 조직문화가 길들여져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에 대한 견제능력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얘기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김정태 전 국민은행장 때는 가급적 현직에 있는 최고경영자(CEO)로 사외이사를 꾸렸다"며 "교수들로만 채워지면 현장감이 부족하고 현재 일하는 부분이 없으면 과도하게 사외이사직에 매달리게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영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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