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첫 조각이 시험대

새해 들어 많은 조직이 인사문제로 술렁거린다. 특히 집권초기 공직사회는 내각의 전면개편을 앞두고 비상 시국이다. 각종 난관을 극복한 뒤 국정최고책임자 자리에 오른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어떤 인사로 내각을 구성할 지 주목된다. 불안정한 이미지가 가시지않은 그가 원만하게 국정 수행을 위해서는 국무총리를 비롯, 각 부처 장관 기용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노 당선자는 연말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새 정부 인사의 절차와 방법 등에 대한 구상을 어느 정도 밝혔다. 인사시스템의 경우 추천위원회에서 능력과 가치지향성을 검증한 뒤 2차로 도덕성 하자 여부를 검증한 다음 지역 등을 안배ㆍ조정하겠다는 것이다. 대통령직 인수위 국민참여센터에서는 장관 인사 추천을 받고있다. 이는 국민들로부터 폭 넓게 의견을 들어 좋은 인재를 활용하겠다는 포석이다. 노 당선자는 구랍 23일 민주당 선대위 전체회의에서 “나는 개혁적 대통령으로서 개혁을 추진하고 총리는 안정된 국정을 운영하도록 균형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개혁 대통령에 안정된 내각의 등장을 예고했다. 물론 총리나 장관 기용에 개혁적인 인사를 배제하겠다는 뜻이 아니다. 최대한 안정된 내각을 바탕으로 정치권 변혁과 재벌기업의 황제식 경영 타파 등 실천 가능한 개혁을 주도하겠다는 의지다. 그러나 국정운영의 핵심 사항인 조각은 인사시스템도 중요하지만 인사 내용이 관건이다. 구체적인 국가정책을 제대로 집행할 국무위원으로 어떤 인물을 기용하느냐에 달려있다. 첫 조각을 잘못하면 국민들을 크게 실망시켜 내년 4월 총선 때 참패할 수 있다. 지난해 월드컵 당시 히딩크 감독이 능력위주로 선수를 기용한 것 처럼 전세계 한국인을 대상으로 그 자리에 가장 적합한 인물을 선정, 엄정한 검증과정을 거쳐 등용하면 된다. 장관 인사문제에 깊이 관여했던 고위관계자는 이와 관련, “대통령이나 주변 인물들이 개입하지않고 사심 없이 인재를 뽑아 검증과정을 거친 경우 무난한 인사였다”고 토로했다. 대국적 차원에서 대권장악을 위해 야당에서 일했던 인사까지 포함해서 능력위주로 발탁해야 한다. 국민통합은 허울 좋은 구호가 아닌 실천이 중요하다. 조각 과정에서 세대와 성별, 지역, 학교 등을 신중하게 감안해야 한다. 시대변화의 흐름에 따라 세대별 비율은 ▲30~40대 30% ▲50대 40% ▲60대이상 30% 정도로 안배했으면 한다. 지역과 성별 비율도 무시할 수 없다. 지역의 경우 골고루 인재를 뽑고 여성도 20% 이상 발탁했으면 한다. 현 내각은 여성 장관이 2명에 불과하다.행정자치부, 나라살림을 다루는 기획예산처, 건설교통부 등에 여성을 기용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만하다. 아울러 통치권자 앞에 서면 스스로 작아지는 국가정보원장, 감사원장 자리에 소신 있는 여성인사를 발탁하면 어떨까. 국무위원의 경우 특정대학 편중현상을 시정해야 한다. 현 내각의 경우 18개부 장관, 기획예산처 장관, 국무조정실장(장관급) 등 모두 20명 가운데 14명이 서울대 출신으로 70%를 차지하고있다. 서울대 출신 장관이 다른 대학 졸업자보다 상대적으로 우수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반드시 장관 업무수행 능력이 뛰어날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서울대 졸업생은 한국 전체 대졸자의 1% 미만이다. 우리사회에서 서울대를 비롯한 일류대 출신의 역할이 크지만 상위직을 독점하는 현상이 심하다는 지적이 적지않다. 단순한 학벌보다는 지도자로서 정책판단력과 조직운영 능력, 인품, 서비스정신 등 다각적인 요인을 고려해야 할 때다. 노 당선자가 50대 영남 출신인 만큼 총리는 60대 비영남 출신 인사가 좋을 것 같다. 노 당선자가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냈을 뿐 상대적으로 행정경험이 부족한 점을 고려해 신임 총리는 부처 장악력과 행정경험이 풍부할 뿐 아니라 국민들의 속사정을 잘 알 수 있는 선출직 경험자가 맡으면 조화를 이루지않을까. 경제부총리 인선도 중요하다. 노 정권의 핵심과제를 든다면 경제와 안보, 국민통합이다. 최근 미국경제 회복의 지연과 북한 핵 문제, 유가 급등에 따른 세계경제 침체와 국내 가계부채 급증, 남북관계 혼조, 소비심리 위축 등 불안요인이 산적해 있다. 경제부총리는 이런 조건에서 지속적인 경제성장과 분배를 조화시켜야 할 임무를 띠고있다. 따라서 경제부총리는 학자 출신보다는 경제이론과 실물경제에 밝으면서 부처 장악력이 뛰어난 경제부처 장관 역임자가 좋을 듯 싶다. <황인선 정치부장 his@sed.co.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