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핵심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 국회 발의된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지원에 관한 법률(기술유출방지법)’ 법안이 올초 과학기술계의 반대로 지연되더니 최근에는 재계가 사유재산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는 등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의원입법으로 발의된 기술유출방지법은 국가기관 및 민간기업 연구원들의 기술유출을 처벌하고 국가 핵심기술 매각시 해당 기업의 정부승인을 의무화하고 있는 게 골자다. 이에 대해 기술계가 과도한 처벌조항이 전직 제한 등 인권을 침해한다며 반발하며 시작된 입법 논란이 이제는 재계의 강력한 반발로 더욱 거세지고 있는 형국이다. ◇재계 반발로 입법 논란 2라운드 시작돼=전경련 등 재계가 반대하는 부분은 국가 핵심기술의 해외 매각ㆍ합작투자ㆍ기술이전시 해당 기업이 사전에 산업자원부 장관 승인을 받거나 사전 통지를 규정한 기술유출방지법 제 12조다. 국회 입법조사과는 대기업 등 당사자의 의견 조회를 거쳐 지난 6월 산업자원상임위원회에 법안을 상정할 계획이었으나 전경련 등 재계가 정부승인 조항이 헌법에 보장된 사유재산권은 물론 경영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강력 반발해 상정이 연기된 상황이다. 당장 상임위 상정이 무산되면서 내달 9월 시작되는 정기국회 상정이 불투명해졌고 당초 예정했던 12월 시행이 힘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와 관련 “기술유출방지법 제 12조는 해외 합작투자ㆍ계약 등 비밀 사항이 공개돼 경영활동에 장애가 되는 것은 물론 정부가 투자ㆍ매각ㆍ제휴 등의 승인권을 갖게 됨으로써 헌법에 보장된 사유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재계는 정부승인조항은 정부에 사후 신고하는 형태로 완화해야 하며 법적 구속력을 가져서는 안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경련은 이같은 내용의 의견서를 이르며 내주 국회에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기술계 반발도 만만치 않아=당초 법안에서 연구원의 전직제한 조항이 삭제됐지만 기술계는 기술유출뿐 아니라 모호한 기술유출 음모 자체도 처벌토록 한 제 32 및 33조가 대표적 인권침해 조항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국가내란죄 등 중형에 엄격히 적용되는 ‘예비음모죄’를 기술인들에게도 적용하는 것은 기술계에 ‘국가보안법’을 만들어 기술인들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옭아매겠다는 것과 다름없다는게 과학기술계의 주장이다. 과학기술계는 또 정상적인 기술거래와 유출의 차이점을 쉽게 구별할 수 없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국가 핵심기술 유출을 막는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인권유린 등의 독소조항이 많다는 얘기다. 과학기술연구원 1만5,000명이 회원으로 있는 한국과학기술인연합 홈페이지에는 입법 추진 중단을 요구하는 과기인들의 목소리가 연일 쇄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