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대폭로” 공존과 평화의 세계체제 강조

■ 대폭로 폴 크루그먼 지음/ 세종연구원 펴냄 최근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의 체포는 세계 경제와 정치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대이라크 정책을 지지하는 측에선 내년 대선을 앞두고 좋은 징조가 될 것으로 기대하지만, 반대 진영의 도전도 더욱 날카로와 지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군사력에 의한 세계 지배를 통해`영광의 미국`을 가져 오는 것이 아니라 전통적인 도덕적 가치를 부정함으로써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을 불러 올 것이라는 우려가 그것이다. 현재 미국에서는 부시 대통령을 비판하는 책들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면서 내년 대선을 통해 세계 무대에서 미국식 일방주의가 지속될 것이냐 아니면 공존과 평화를 지향하는 미국의 전통적 가치가 복원될 것이냐를 두고 논란이 뜨겁다. 이번에 나온 대폭로(the Great Unraveling)는 부시 반대 진영의 대표적 논객인 폴 크루그먼 교수가 지난 3년간 뉴욕타임스 등에 기고했던 글을 모아 부시 행정부의 부자 우선의 경제정책과 일방주의식 대외 정책의 문제점을 정면으로 비판한 책이다. 저자는 50년대 헨리 키신저의 수사(修辭)를 사용, 부시와 그의 동료들을 미국의 기존 정치질서를 파괴하고 전세계를 미국의 지배아래 두고 제왕적으로 통치하려는`혁명적 정치세력`으로 규정한다. 크루그먼은 “국가의 위대함은 군사적 성공에 의해 결정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들이 지금 미국을 다스리고 있다. 그들은 조세를 통해 약자보호의 가치를 추구해 온 전통 가치를 파괴하고 대규모 재정적자를 통해 군사적 팽창을 도모한다. 경기는 회복 조짐을 보이지만`일자리 없는`회복에 불과하고 날로 증가하고 있는 재정적자는 언제 부메랑이 돼 미국 경제를 파국으로 몰아 넣을지 모른다”고 비판한다. 한 때 레이건 행정부에서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으로 일하기도 하고 현재 프린스턴 대학 경제학과 교수로 있는 저자는 부시와 그의 동료, 그리고 헤리티지 재단과 그린스펀 연방준비위원회 의장 등이 엮어내는 미국의 국내외 정치 및 경제정책을 한편의 잘 짜여진`음모`로 묘사한다. “부시와 그를 지지하는 집단은 주로 워싱턴에 모여 살면서 같은 파티에 나가고 같은 의제를 두고 교류한다. 이렇게 되면 그 자체로 집단적 사고가 형성된다. 이라크에 대한 공격은 이미 90년대부터 이를 선동하고 준비해 온 세력들에 의해 기획된 것이다. 이라크가 핵무기 개발에 착수했느니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하고 있느니 하는 것은 전혀 확인돼지 않았다” 크루그먼 교수는 혁명적 우익들이 전통적인 미국식 가치인 국가간 합의와 조정을 무시하고 우방과의 동맹관계를 파괴하면서까지 군사적 모험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시하는 한편, 대내적으로도 소득재분배, 적절한 환경규제, 정교분리의 원칙들이 흔들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부유한 사람들은 90년대에 아주 잘살았고, 기업들은 번창하고 모든 종파의 교회들은 번창했다. 그런데 왜 재정적자를 완화하기 위한 세수 확충에 이토록 증오가 쏟아지고 환경규제를 철폐하려고 안달을 하고 전통적인 정교분리 원칙을 훼손하려 애를 쓰는가”고 반문하고, “정부가 내는 각종 정책들을 일괄해 보면 자본으로부터 얻는 모든 소득에 대한 세금을 없애고 오직 임금에만 과세되는 체제로 옮아가자는 지난 수년간 급진적인 우파가 제시하던 목표를 지향하고 있다”고 힐난한다. 나아가 크루그먼은 부시 대통령 스스로가 파산한 방위산업업체들에 대한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칼라일 그룹의 투자자로서 지난 몇 년 사이 미국의 주식시장 하락과 대규모 기업 스캔들, 예산적자와 경기침체는 신보수, 즉 혁명적 우익세력이 엮어내는 정경유착와 부정직, 세계지배라는 단일 목표를 향한 맹목주의의 부산물이라고 지적한다. 크루그만은 이같은 주장으로 자신에게 쏟아지고 있는`판에 박힌 진보주의자`, 심지어 `사회주의자`라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경제학을 연구해 온 학자적 양식에 명예를 걸고 다시 미국의 각성을 촉구한다. “안정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혁명적 세력과 직면할 때 눈앞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믿게끔 스스로를 조정할 줄 모른다. 그래서 그들은 이들 세력과 대적하는 데 느리고 무능하다…하지만 미국에서 잘못되어 버린 일 가운데 바로잡아 질 수 없는 일이란 없다” <강동호기자 easter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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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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