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과 세상] 동서양 미술, 묘한 갈등의 만남

■ 다, 그림이다 (손철주·이주은 지음, 이봄 펴냄)


침대 위에 한 부부가 창백한 모습으로 잠들어 있다. 앤드루 와이어스의 '결혼'이란 작품이다. 서양미술평론가 이주은 씨는 이 작품을 보고 작가가 왜 그런 제목을 붙였는지 의구심을 갖는다. "평생을 같이 살던 부부가 상대방을 먼저 보내는 상실감 없이 같은 날 죽는 것에 대해 상상해본 걸까요. 아니면, 살아있어도 죽은 것과 다름 없는, 더 이상 한 가닥 즐거움도 남아있지 않은 결혼 생활을 목격한 걸까요?" 이 씨의 편지를 받은 동양미술 에세이스트이자 학고재 주간인 손철주 씨는 "불치병으로 고생하는 아내를 보다 못해 동반자살을 선택한 프랑스 사상가 앙드레 고르의 숙엄한 임종이 기억난다"며 "와이어스의 '결혼'을 작가의 의도와 상관없이, 고르의 가없는 사랑의 신화적 결말로 치장해 주고 싶다"고 답한다. 국내 동양화와 서양화를 대표하는 심미안인 이들이 지난 4월부터 6개월여간 주고 받은 편지를 책으로 엮은 '다, 그림이다'는 그간 묘한 갈등 관계에 놓여있던 동서양 미술의 만남을 꾀한다. 작가들은 신윤복의 '연당의 여인'과 빈센트 반 고흐의 '아몬드 꽃'을 보면서 그리움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에드워드 번존스의 '마리아 잠바코'와 카라바조의 '과일 바구니를 쓴 소년', 그리고 귀도 레니의 '술 마시는 바쿠스'를 통해 인간의 깊은 욕망에 자리잡은 유혹의 근성을 목격한다. ▦성공과 좌절 ▦나이 ▦행복 ▦일탈 ▦취미와 취향 ▦노는 남자와 여자 ▦어머니, 엄마 등 10가지 주제를 놓고 삶과 인생, 인간에 대해 자유로운 토론을 벌이며 사고의 지평을 넓혀간다. 손철주 씨는 "서양 미술에는 다이내믹하면서도 다채로운 변화가 녹아 있다면 동양 미술에는 그 속으로 빨려들어갈 것 같은 깊은 아우라가 내재하고 있다"며 "바쁜 생활에서 놓치기 쉬운 예민한 삶의 가치들을 동양과 서양의 그림들을 통해 가감 없이 독자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1만 7,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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