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미 정부폐쇄 초읽기] 이탈리아·독일 정치 리스크 고조… 유로존 위기 재발하나

伊 총리 의회에 재신임 승부수… 최악의 경우엔 조기총선 실시<br>獨도 증세 문제로 연정 난항


회복세를 보이던 유럽경제에도 각국의 정치적 난맥상이 리스크로 부각되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엔리코 레타 현 총리가 재신임 투표 실시를 천명하면서 최악의 경우 7개월 만에 조기총선이 실시될 가능성이 커졌다. 독일에서도 연립정부 파트너들 간에 이견이 커 연정 구성이 난항에 부딪혔다. 전문가들은 양국의 정치 불안이 장기화될 수 있어 유럽 금융시장을 불안하게 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29일(현지시간) 저녁 TV에 출연한 레타 이탈리아 총리는 "총리직에 연연하지 않는다. 오는 10월2일 의회에서 재신임 투표를 하고 부결된다면 합당한 결론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앞서 연정의 큰 축을 담당하는 자유국민당(PDL)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조기 총선을 요구하면서 연정이 붕괴될 위기에 처하자 정치적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일단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레타 총리의 재신임 투표가 가결되는 것이다. 로이터는 PDL 내부에서 연정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원들이 다수 있어 재신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재신임이 부결될 경우 문제가 복잡해진다. 그 즉시 조르조 나폴리타노 대통령은 모든 정당들을 상대로 연정 가능성을 타진하게 된다. 로이터는 연정 구성에 수주일이 걸릴 수 있고 최악의 경우 조기총선까지 치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독일에서도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독민주당(CDU)ㆍ기독사회당(CSU)과 유력 연정 파트너인 사회민주당(SPD)이 부자증세 문제를 놓고 대립을 보이고 있다. SPD는 부자증세에 따른 인프라 및 교육투자 확충을 요구하고 있지만 볼커 카우더 CDU 의원은 29일 "증세는 없을 것이다. 이것이 메르켈 총리의 뜻이고 우리가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이유다"라고 일축했다. 또 SPD는 재무장관을 포함해 총 6개의 장관직을 달라는 요구도 하며 협상을 어렵게 하고 있다.


메르켈 총리가 제3당인 녹색당과 손을 잡을 수도 있으나 녹색당 역시 증세가 불가피한 100억유로 규모의 교육 부문 투자를 요구하고 있어 이 또한 만만치 않다.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낮지만 만에 하나 재총선을 실시한다 해도 최근 여론조사 결과 메르켈 총리는 또다시 단독 과반에 실패할 것으로 나타나 이 또한 여의치 않다. 로이터는 최근 전문가들을 인용, "독일 연정 출범까지 최대 두 달이 걸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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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정치적 혼란에 유로존 금융시장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증폭하고 있다. 미국 통신사인 UPI의 마틴 워커 편집장은 "메르켈이 견고한 연정을 구성하지 못하고 있고 중국이 이전만큼 고속성장하지 못하고 있으며 미국 의회가 정부폐쇄와 국가 디폴트를 담보로 위험한 춤을 추고 있다"며 "유로존 위기가 재발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이탈리아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파비오 포이스 바클레이스 애널리스트는 "이탈리아 국채시장의 변동성이 증폭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이탈리아 투자등급이 강등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무디스 기준 이탈리아의 신용등급은 BBB로 2단계만 강등되면 투자 부적격 등급으로 떨어진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유럽중앙은행(ECB)의 무제한 국채매입이라는 버팀목이 있어 급격한 위기가 오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이탈리아의 개혁정책이 상당 시간 지연되면서 경기회복에 장애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2ㆍ4분기 이탈리아의 경제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0.3%를 기록, 유로존이 반등한 것과 달리 이전보다 더 악화됐다.

이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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