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월가 한국 전문가들의 요즘 관심사는 연말에 있을 한국 대선이다. 그들은 여야 대통령 후보들의 지지도 변화를 예의 주시하고, 김대중 대통령 아들들의 스캔들도 훤하게 알고 있다. 한국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중요한 것은 누가 당선되는 지가 아니라, 현 정부의 경제 개혁이 지속되는지 여부"라고 말한다.지난주 살로만스미스바니의 제프리 셰이퍼 부회장은 "경제개혁 지속 여부에 따라 한국 경제가 발전할 것인지, 일본처럼 장기침체에 빠질 것 인지가 결정될 것"이라고 뼈있게 한마디 했다.
베를린 장벽 붕괴후 세계를 하나로 통합한 국제금융시장은 특정 국가의 정치 변화에도 주목한다. 특히 한국의 이번 대선은 외환 위기 이후 처음이라는 점에서 월가로 대변되는 국제금융시장의 관심은 어느 때 보다 높다.
정치인은 국경을 경계로 유권자의 지지를 호소하지만, 하루에도 수조 달러가 국경을 넘나드는 국제금융시장은 지역구에 안주하는 정치인을 옥죄고 있다.
아르헨티나 페르디난도 델라루아 전 대통령의 경우 대선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했지만 국제자본의 지지를 받지 못해 임기를 2년 남기고 물러나야 했다. 일본도 국제 시장의 불신을 받아 거의 해마다 총리가 경질되는 악순환을 거듭해 왔다.
글로벌 시대에 정치인이 해외 유권자의 지지를 받지 못하면 경제 운영에 실패하고, 결국 국내 유권자들의 저항에 부딛치는 새로운 정치질서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국내 유권자는 '1인=1표'의 권리를 행사하지만, 해외유권자는 '1달러=1표'라는 자본의 논리를 편다.
한국의 정당은 약간의 이념적 차이가 있지만 모두 보수 세력이기 때문에 시장 경제와 자본주의 질서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그렇지만 월가가 이번 대선을 한국 경제의 중대한 변화의 계기로 보고 있다는 점을 대권 주자들은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80년대 영국의 마가렛 대처 총리는 영국병의 근원이었던 노동조합과 싸우면서 시장 원리를 도입, 경제개혁을 단행했다.
토니 블레어 총리의 노동당은 대처의 보수당을 누르고 집권했지만, 개혁노선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지난해 세계적인 경기침체에도 불구, 선진국 가운데 영국만이 플러스 성장을 이룩한 이유는 정권이 바뀌어도 경제개혁을 지속했기 때문이다.
뉴욕=김인영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