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잠재성장률 마저 떨어지고

우리 나라의 현재 잠재성장률마저 4%대로 떨어졌다는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의 분석이 나왔다. 국가경쟁력이 계속 하락하고 있다는 보도가 엊그제 나온 데 이어 우려했던 대로 성장잠재력마저 떨어지고 있고 있음이 사실로 드러났다. 잠재성장률은 한 국가가 갖고 있는 모든 인적ㆍ물적 자원과 기술 등을 총동원해 물가에 부담을 주지 않고 최대한 성장할 수 있는 능력을 나타내는 것이다. 따라서 인플레 성장을 배제한다면 실질성장률 보다는 대체로 높게 마련이다. 그러나 올해처럼 실질성장률이 잠재성장률 밑으로 떨어지는 상태가 지속되면 실업률이 높아지고 이는 소비 감소와 생산ㆍ투자 위축으로 이어져 저성장의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2000∼2003년 잠재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4.8%로 추정했다. 현실과 동떨어지게 잡히고 있는 완전고용 이상의 3%대 실업률이 계산의 근거가 됐기에 망정이지 체감실업으로 친다면 그 보다 훨씬 낮았을 것이다. 여하튼 연구보고서를 통한 간접적 방식이기는 하나 한은이 우리 나라의 잠재성장률이 5% 밑으로 떨어졌다고 사실상 공식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보고서는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이 1991∼2000년 6.6%에서 2000∼2003년 4.8%로 떨어진 뒤 2004∼2008년 5.0%로 약간 개선되나 2009∼2013에는 다시 4.8%로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2015년 이후에는 인구 고령화의 영향 등으로 잠재성장률이 더욱 낮아지고 2020년부터는 선진국과 같은 3%대의 낮은 성장 단계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했다. 보고서는 이어 “잠재적 성장 기반의 저해 요인들이 해소되지 않을 경우 잠재성장률 하락을 앞당기거나 실제 성장률이 장기간 잠재성장률을 하회하는 구조적 저성장에 빠질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고비용 저효율의 교육 투자, 과격한 노동운동, 기업가정신 위축, 고령화와 출산율 저하, 탈산업화 및 제조업 공동화, 가계부채 급증, 자산 디플레이션 가능성 등이 바로 그런 위험요인들이다. 한은은 향후 10년간 잠재성장률을 3.9∼4.1% 또는 5.4∼5.7%의 두가지 시나리오로 예상했지만 그것은 우리가 여하히 대처하느냐에 달린 것이다. 현재의 정치ㆍ경제적 비능률이 개선되지 않으면 전자로 갈 것이고, 국력을 결집시켜 성장동력을 되살리는 데 온 힘을 기울이면 후자로 갈 수 있을 것이다. 현 정부의 5년 임기는 향후 10년은 물론 그 이후의 국가경제성장이 좌우되는 기간이다. 걸핏하면 대통령직을 거는 지금과 같은 리더십으로는 성장의 비전은 희박하다. 그 점에서 지금 우리에게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정치적 리더십의 확립이다. <민병권기자 newsroo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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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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