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급불안 잇단 지적에 시장동요국제유가가 지난 한주동안 배럴당 2달러 이상 오르며 30달러선을 재위협하자 원유생산량을 둘러싸고 석유생산국과 소비국이 다시 갈등을 빚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석유소비국들은 유가안정을 위해 원유생산을 더 늘려야한다며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OPEC측은 현재의 가격 앙등은 일시적인 것이며 현재 시장여건은 안정적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유가 왜 오르나=지난 3월 국제유가를 천정부지로 치솟게 한 수급불안에 대한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국제에너지기구(IEA)는 11일 현재의 석유생산 규모가 지속될 경우 세계적으로 오는 3·4분기에 하루 22만배럴, 4·4분기엔 172만배럴의 공급부족이 예상된다고 발표했다.
비수기인 2·4분기에 석유소비가 예년보다 많아진 것도 불안요인이다. 미 에너지부 산하 에너지정보기구(EIA)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4월 미국내 휘발유 생산 및 소비는 사상 최대치를 나타냈다.
경기호황에 따른 미국내 소비 활성화로 휘발유 재고량도 3년만에 최저수준인 1억5,600만배럴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차량운행이 늘어나는 본격 휴가철을 앞두고 휘발유 부족 사태를 우려하고 있다.
도이체방크의 석유담당 아담 지민크시는 『석유재고량이 부족해 지난 겨울 난방유가격 폭등에 버금가는 휘발유 부족현상이 올 여름에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고 『원유공급이 현수준에 머무를 경우 배럴당 30달러 이상의 고유가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생산량 논쟁=유가가 급상승세를 나타내자 미국은 OPEC에 구체적인 압력을 가하기 시작했다.
빌 리처드슨 미 에너지장관은 12일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에너지장관 모임에 참석, OPEC의 증산을 간접적으로 요구했다.
그는 『배럴당 30달러대의 유가는 지나치게 높은 것』이라며 『미국은 OPEC이 6월 회의에서 증산에 대해 열린 자세를 갖고 임할 것을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필요할 경우 OPEC 회의 이전에 중동지역을 순방할 생각도 있다고 밝혀 적극적인 개입의사를 표명했다.
APEC 에너지 장관들 역시 이날 이틀간의 회의를 마치고 발표한 성명에서 OPEC가 산유 정책의 「융통성」을 발휘할 것을 촉구했다.
한편 OPEC측은 최근의 유가상승을 투기세력에 의한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주장하며 증산압력에 반발하고 나섰다.
차키브 케릴 알제리 석유장관은 13일 관영 APS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유가상승 책임을 OPEC측에 떠넘기려는 미국과 일부 애널리스트들의 분석은 옳지 못하다』며 『시장상황이 변하지 않았기 때문에 6월 회의에서 증산을 결정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일부 국제 투기꾼들이 배럴당 22~28달러선 유지를 선언한 OPEC의 「유가밴드제」 실천여부를 시험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김호정기자 GADGETY@SED.CO.KR
입력시간 2000/05/14 1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