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정치에 발목잡힌 유로존 경제

1년 전 빚더미에 허덕이던 그리스는 유로존 출범 이래 사상 처음으로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했다. 1,100억 유로를 투입한 EU는 2년만 지나면 유로존이 다시 정상 궤도에 오를 것이라고 희망을 품었다. 하지만 기대는 산산이 부서지고 있다. 그리스에 이어 아일랜드가 구제금융 열차를 탔고 포르투갈도 곧 같은 기차에 오를 예정이다. 지난 1년간 구제금융 정국은 유럽 정치판마저 뒤흔들었다. 각국 정부가 재정적자 폭탄을 피하려고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경기가 위축되고 실업률이 치솟자 집권 정권들은 잇달아 떨어져 나갔다. 대신 빈자리는 반 EU를 앞세우는 극우 정당들이 속속 채웠다. 문제는 극우세력의 전면 등장이 유로존 미래에 더 암울한 그림자를 드리운다는 점이다. 17일 핀란드 총선에서 구제금융에 반대하는 극우정당 '진정한 핀란드인'당이 3위에 올라 집권 연정에 참여하게 되면서 향후 포르투갈 구제금융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EU가 구제금융을 집행하려면 전 회원국의 동의가 필요한데 진정한 핀란드인이 끝까지 반기를 들어 핀란드 의회에서 부결되면 EU는 구제금융 계획을 서랍 안에 도로 넣어야 한다. 설상가상으로 프랑스 대선 선두주자로 나선 극우정당 국민전선(FN)의 마린 르펜 당수는 대통령에 당선되면 6개월 내 유로존을 탈퇴하겠다고 공언했다. 구제금융이 정치판을 뒤흔들고 불안한 정치판이 경제 위기를 가중시키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유로존은 현재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최근 잇따라 불거져 나오고 있는 '그리스 채무조정설' 파장도 진화해야 하는데다 극우정당이라는 새로운 적과도 한판 씨름해야 한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유로존이 극우정당의 벽을 넘지 못하면 더 일찍 패닉상태에 빠질 수 있다고 전했다. 맞는 말이다. 유로존이 지금의 정치적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면 구제금융 정국은 2년 안에 끝나기는커녕 몇십년간 이어질 수 있다. 최악의 경우에는 유로존이 공중분해 될지도 모른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