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더블 클릭] 불안한 컬링 열풍


장년층 이상에게 국민적 오락이었던 바둑과 장기. 하지만 룰을 모르는 이들에겐 그냥 기물들이 움직이는 지루한 게임일 뿐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똑같은 놀이판과 기물을 이용해 모두가 할 수 있는 놀이를 만들어냈다. 이름하여 알까기. 한 방송사의 개그프로그램 인기에 힘입어 지난 2001년 일반인을 대상으로 전국대회가 개최되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였다. 이후 알까기는 그냥 한바탕 우스운 놀이로만 남았다. 시류에만 의존한 인기란 어떤 연속성도 갖지 못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여실히 보여줬다.


△알까기 열풍이 다시금 불고 있다. 소치 동계올림픽 정식 종목 중 하나인 빙판 위의 알까기 '컬링'이 주인공. 경기규칙은 어떻고 점수는 어떻게 나는지 거의 아는 것 없었던 국민들이었지만 마치 오래전부터 마니아였던 양 흥분하고 환호한다. 한마디로 인기 폭발이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일본과 맞서 통쾌한 첫 승을 거두고 400년 역사를 보유한 유럽 강호들과도 겨뤄 조금도 위축됨 없이 당당히 맞선 태극낭자들의 투혼은 아름답다 못해 눈물겹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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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올림픽 무대에 선 것 자체가 기적이다. 국내에 컬링 선수가 17명에 불과하고 경기를 할 수 있는 장소가 단 두 곳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아는가. 컬링을 하고 싶어도 학교나 사회팀이 없어 그만둬야 하고 국가대표 선수가 돼서도 식사를 할 때는 항상 제 주머니를 털어 배달음식을 사 먹어야 하는 게 이들의 현실이다. 이러고도 우리는 메달을 기대한다는 말을 서슴없이 한다. 과정은 건너뛰고 결과만 바라보는 조급증이 낳은 아둔함이다.

△무명의 설움을 겪어야 했던 컬링 대표팀에게 세간의 관심이 쏟아지는 게 반갑지 않은 건 아니다. 하지만 불안하다. 올림픽이 끝난 후에 이들이 다시 마주해야 할 외면과 서러움에 안타까운 마음부터 앞선다. '우생순' 신화의 주인공 핸드볼 대표팀의 모습까지 떠오른다.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고 영화가 큰 인기를 끌면서 몰려들었던 그 많은 관심은 어디로 갔는가. 컬링팀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지고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일이 없길 바란다. 얼음이 눈물로 변하는 불행은 지금까지만으로도 충분하지 않겠나. /송영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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