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 역사 속 한국 여성 삶 돌아보기

■ 한국 여성사 깊이 읽기(주진오 외 5명 지음, 푸른역사 펴냄)


어떻게 유독 신라에서만 여왕이 세 명이나 탄생할 수 있었을까. 여왕 개인의 능력 외에 시대적 상황이나 조건이 뒷받침됐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선덕여왕의 경우 여성의 정치 활동을 비교적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상황에서 개인적인 능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진성여왕의 경우 시대적인 변화와 함께 사회적으로 여왕의 즉위 자체를 부정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개인의 능력을 전혀 발휘할 수 없었다는 평가다. 최근 수년간 현장에서 한국 여성사 관련 강의를 해온 저자들이 12개의 주제로 한국사 속에서 여성의 삶을 들여다봤다. 제1강 '우리 역사의 여신들'에선 선사시대부터 고대까지 우리 역사 속에 나타나는 여성 신격을 추격한다. 출산과 양육이라고 하는 여성의 생육기능이 지모신앙과 연계되면서 신석기 시대 여신 숭배 현상이 나왔고 불교가 유입된 후에는 관음의 현신이 여성으로 나타난다고 하면서 지모신앙이 깊이 파고든다. 특히 유교 영향으로 가부장적인 사회관이 팽배하던 조선 시대를 들여다본 '딸에서 며느리로: 여성 정체성의 변화'와 '열녀: 죽음인가, 죽임인가?' 편에선 당시 사회의 지배 이데올로기가 여성을 현모양처를 지향하도록 강요했는지, 아니면 여성의 도덕적 실천이 뒷받침됐는지 다양한 견해를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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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편인 '호주제는 어떻게 전통이 되었나'에서는 일제에 의해 이식된 호주제가 우리의 미풍양속이자 오랜 전통으로 탈바꿈하게 된 '오해의 역사'를 다룬다. 저자는 여성의 국민화와 가정의 근대화를 달성해 근대 국가를 수립하려는 정부의 의도가 숨어 있었다고 강조한다. 또 한국 전쟁 이후 미국 문화의 유입이 가속되면서 전통이 강조되자 상징 권력인 호주제가 유지됐고, 여성의 정당한 지위는 유보됐다고 주장한다. 1만 5,000원.


정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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