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은행권 2003 경영大戰] “난국 타개하자“ 비상경영체제 돌입

`비상경영을 통해 난국을 타개하라`. 경기악화 등 안팎의 어려움에다 SK글로벌 사태 등 예상치 못한 돌발변수까지 불거지면서 은행들의 경영계획이 곳곳에서 삐걱거리자 너도 나도 `비상경영`을 외치고 나섰다. 경비절감과 리스크관리 강화를 골자로 하는 `컨틴전시 플랜(비상경영계획)` 마련을 통해 다시 한번 단단히 각오를 다져 위기를 극복해 보자는 것이다. 은행들의 이 같은 잇단 비상경영 선포에는 아울러 “위기상황을 뒤집어 보면 영업기반을 넓힐 수 있는 좋은 기회도 될 수 있다”는 기회주의적(?) 전략도 깔려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18일 시중은행 중 가장 먼저 은행장 및 전 임원이 참여하는 `비상경영위원회`를 구성, 각 사업부문을 ▲재무ㆍ예산 ▲신용리스크 ▲시장리스크 ▲차별화 전략 등 4개로 나눠 부문별 세부대책을 가동하고 있다. 국민은행도 올 상반기를 수익성과 건전성 개선의 전환점으로 삼아 ▲리스크관리체계 개선 ▲영업점 인력운용 방식 개선 ▲보유중인 자산에 대한 효율적 처리 ▲영업목표 부여 및 평가방식의 개선 등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무분별한 외형성장을 지양하고 핵심시장의 시장점유율을 높임으로써 수익구조를 개선해 나간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리스크관리 시스템에 대한 전반적인 재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외환은행도 비상경영 가동을 통해 영업방향을 대폭 수정하기 시작했다. 과거와 같은 외형위주의 영업을 억제하는 대신 적극적인 가격협상으로 마진확보에 주력하기로 했다.아울러 자본확충과 연체관리 강화를 통해 고객과 시장의 신뢰를 계속 유지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지난달 공개적으로 비상경영을 선포했던 조흥은행은 신용카드와 가계대출, 중소기업 대출의 부실을 축소하는데 총력을 기울이는 한편 신규사업의 투자시기 조정과 소모성경비 절감을 골자로 한 `코스트 다운` 운동 등을 통해 내실경영을 꾀하고 있다. 하나은행도 대출자산 별 차등금리를 확대하고 포트폴리오의 다변화를 통해 자산구조를 개선하는데 초점을 맞춰 비상경영을 가동하고 있다. 아울러 옛 서울은행과 중복되는 영업점에 대한 통합작업을 가속화 하면서 불필요한 자산을 조기매각 하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은행들의 이 같은 비상경영 체제는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 이후 공적자금 투입이나 부실정리를 통해 어느 정도 `클린화` 됐지만 최근의 금융환경 자체가 경영에 변화를 줄 수 밖에 없을 정도로 나쁘다는 것을 반증한다. 실제로 은행들은 북한 핵이나 전쟁 등 외부 악재 외에도 가계 및 카드대출의 심각한 연체문제까지 떠안고 있어 경영기반 자체가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특히 올 1분기 결산실적이 당초 예상에 크게 못미치는 수준으로 추락하면서 연말 경영목표 달성에 차질이 우려됨에 따라 앞으로 이 같은 비상경영 체제는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가계부문의 부실과 SK글로벌 사태 등으로 실적이 급격히 나빠지면서 위기감이 최고조에 달한 느낌”이라며 “`비상경영`이 일회성 구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올해 경영의 한 축으로 계속해서 자리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은행들은 경영난 극복을 위해 비상경영을 가동하면서도 최근의 위기상황을 영업기반 확대의 기회로 삼겠다는 `장삿속`을 숨기지 않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은행들과 마찬가지로 전쟁 등 각종 악재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을 잘 발굴하면 더 없이 좋은 거래처가 될 수 있다”며 “악재가 사라지면서 금융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시장이 활성화 되면 영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른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도 “일시적으로 자금난에 봉착해 있는 우량기업들을 `단골고객`으로 삼기 위한 은행들의 경쟁이 치열하다”며 “과거와는 달리 비상경영이라고 해서 무작정 영업을 틀어막기 보다는 선별적인 지원을 통해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겠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취재 = 이진우, 최원정, 김홍길, 조의준기자 joyjune@sed.co.kr>

관련기사



조의준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