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4분기 저점… 회복은 불투명”/한은 「하반기 경제전망」을 보면

◎국내산업 ‘자력호전’ 현재론 한계상황/“고성장 기대보다 안정기조 다지도록”/기업 재무구조 개선·에너지 절약 방안등 마련해야하반기중 경제여건이 지난 상반기보다 나아질 것은 분명하다. 또 각종 지표들을 들여다보면 경기는 이미 바닥을 지났거나 한두달내에 지날게 분명하고 회복국면에 들어서는 것도 시간문제인 것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한국은행은 7일 『경기저점은 4·4분기께나 나타나고 그나마 저점이 경기회복의 시작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못박았다. 세계경제가 호전되고 엔화가 강세를 보이는 등 해외여건이 좋아져 경기가 회복되고 있지만 국내산업의 고비용구조 개선이나 경쟁력 강화 등 자력에 의한 경기호전이 아니기 때문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 이는 자칫 고비용·저효율구조를 타파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무너뜨려 오히려 화가 될 수도 있다는게 한은의 시각이다. 한은의 하반기 전망치들에선 낙관과 불안이 교차한다. 한은은 올 연간 경제성장률을 지난 3월 예상한 5.5∼6.0%수준에서 높은 쪽인 6.0%를 선택했다. 5월이후 경기가 예상보다 다소 좋아진데 따른 결과다. 그러나 재고수준이 여전히 높아 설비투자는 0.5%성장에 그칠 전망이고 민간소비도 회복세가 뚜렷하지만 임금상승세 둔화와 고용불안으로 그 속도가 더딜 것으로 보인다. 경상수지 적자는 당초 예상보다 10억달러 가량 줄어든 1백70억달러에 그칠 전망. 적자가 줄어드는것은 상반기에만 65억달러에 이른 무역수지 적자가 하반기중 10억달러에 그치는데 따른 결과다. 그러나 무역외수지와 이전수지에서 적자가 95억달러에 달해 무역수지를 훨씬 웃돌 것으로 보인다. 무역외수지와 이전수지 적자는 상반기 47억달러에 이어 하반기에도 48억달러를 기록, 완전히 구조적으로 정착되는 양상이다. 앞으로 무역수지적자를 아무리 줄이더라도 이 부문에서 적자가 월평균 8억달러 가까이 누적되면 경상수지 개선은 요원한 셈이다. 대외이자 지급이나 운수관련 경비지출을 줄이는 획기적인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물가상승률은 87년이래 가장 낮은 4.3%로 전망됐다. 지난 4월 예상치가 4.7%였음을 감안하면 5월이후 상황이 빠르게 호전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구체적인 지표들을 보면 하반기이후 경제가 회복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보이지만 한은은 여전히 불안한 눈길을 거두지 않고있다. 「내실을 다지는 안정성장기조」를 강조하고 있을 뿐이다. 그 이유는 바로 하반기 성장이 외부환경 개선에 의존하기 때문. 올들어 5월까지 부도율이 0.2%를 훨씬 웃돌고 있어 기업들의 불안감이 여전하고 그토록 목청껏 외친 고비용구조 개선도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처럼 취약한 경제구조로는 본격적인 경기회복을 기대하기 여럽다는 분석이다. 물가도 임금이나 환율상승에 따른 원가압박요인이 내수증가를 배경으로 현재화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한은은 현재 국내경기가 어렵사리 회복기에 접어들더라도 그 속도는 매우 완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저점이후 빠른 경기회복을 기대하고 있지만 실제론 저점이 상당기간 지속되다 상승하는 U자형과 저점이 계속돼 경기회복을 장담할 수 없는 L자형의 중간쯤에 서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저점이 언제냐보다는 회복국면이 언제 시작되느냐가 중요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은은 『앞으로의 거시경제정책은 일반의 고성장 기대를 억제하고 안정기조를 더욱 확고히 다지는데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젠 저성장시대인 만큼 그에 맞는 경제정책이 수립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기업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특단의 조치와 함께 에너지 소비절약 등 수입절감을 위한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단서도 덧붙이고 있다. 나아가 임금안정과 물류구조 개선을 통해 고비용·저효율 구조를 깨는 노력도 더해져야 한다는게 한은의 주장이다.<손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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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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