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금감원의 고무줄 원칙
이철균 기자
금융감독원이 주식불공정거래 행위자 공개에 대해 명확한 원칙을 세우지 않아 불필요한 오해를 사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주 증선위를 열고 주식불공정거래 행위자 중 검찰고발자만 외부에 공개했다. 주요 주주와 외국계법인도 주식불공정거래 행위자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관심을 끌었던 L기업과 관련해서는 '검찰통보' 대상이라는 이유로 공개 대상에서 제외시켰다.
심지어 기자의 취재에 대해서도 철저하게 함구했다. 금감원은 당시 "내부방침상 검찰고발은 공개하지만 '검찰통보'는 공개하지 않는다"며 "검찰통보 대상에 대해서는 관심을 갖지 말아달라"는 입장만을 유지했다.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도 국회 정무위의 업무보고에서 "검찰통보 사안은 그동안 무혐의 판정이 나온 사례가 많기 때문에 인적사항을 공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금감원은 그동안 기획조사 후 시장에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취지로 검찰통보 대상도 수차례 공개해왔다. 기획조사 후 시장에 메시지를 주기 위함이었다는 게 금감원의 설명이다.
금감원은 실제로 지난해 7월21일 열린 제14차 증선위에서 코스닥기업 K사 주식에 대한 시세조종 금지위반 혐의로 사이버 애널리스트 김모씨 등 3명을 수사기관에 통보하기로 한 내용을 외부에 공개했다.
또 지난해 4월14일 열린 제7차 증선위에서 신모씨가 N사 주식 등 13개 종목에 대한 시세조종 혐의로 수사기관에 통보하기로 결정한 사안도 보도자료를 뿌린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금감원은 시장에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명목으로 스스로 혐의가 확정되지 않은 사안에 대한 비공개 원칙을 져버린 셈이다.
특히 L기업 주요 주주의 주식불공정거래 행위는 이미 1년 전부터 관심을 끌었던 사안이다. 더구나 외국계법인이 검찰에 통보되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외부에 공개하지 않은 것은 금감원이 대기업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오해를 살 만하다.
윤 위원장은 취임 이후부터 선진금융감독을 일관되게 주장해오고 있다. 하지만 불필요한 오해를 받는 일이 반복될 때 선진금융감독이 자칫 공허한 메아리가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fusioncj@sed.co.kr
입력시간 : 2005-03-01 16: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