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버냉키, 왜 한발 물러섰나

‘3차 양적완화(QE3)’를 시사했던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하루 만에 입장을 바꿔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버냉키 의장은 14일(현지시간) 상원 금융위원회에 출석해 “현 시점에서는 3차 양적완화를 준비하고 있지 않다”며 “경제 전망이 불투명해 당분간 시장을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전날인 13일 하원 재무위원회에서 “경기 둔화가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어 FRB는 경제성장을 위한 모든 옵션을 검토할 것”이라며 추가 양적완화를 시사한 기존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선 것이다. 양적완화를 시행하더라도 당장은 어렵다는 얘기다. 버냉키 의장의 이 같은 발언은 추가 양적완화를 기정사실화한 시장의 분위기에 일단 제동을 걸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그는 “2차 양적완화를 시사한 지난해 8월과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며 “지금은 인플레이션이 문제”라고 강조했다. 지난해에는 각종 상품 값과 주가가 줄줄이 떨어지는 디플레이션이 우려됐지만 현재는 물가가 급등해 이 추이를 좀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3차 양적완화에 대한 부정적 반응도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경제 활성화를 위해 서둘러 돈을 풀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버냉키 의장이 의회에 잘못된 메시지를 보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부채상한증액을 논의하고 있는 의회는 시장이 경고음을 내야 비로소 행동에 나설 것”이라며 “양적완화는 주식시장에 새로운 삶을 부여하고 이에 따라 부채상한증액 처리가 하염없이 늦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리처드 셀비 공화당 상원의원도 “추가 양적완화는 인플레이션의 도화선이 돼 결국 자산 버블을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주요 기업들의 2ㆍ4분기 실적 호조로 상승세를 기록하던 뉴욕증시는 버냉키 의장의 한마디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14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날 종가보다 54.49포인트(0.44%) 내린 12,437.12에 거래를 마감했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지수도 8.85포인트(0.67%) 떨어진 1,308.87을 기록했다. 국제유가 역시 내림세를 보였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8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 종가보다 2.56달러(2.5%) 하락한 배럴당 95.69 달러에 거래를 마감했으며 런던 ICE선물시장의 8월 인도분 북해산 브렌트유는 52센트(0.4%) 내린 배럴당 118.16 달러에 거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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