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봉 노릇 언제까지, 명품족 아니라 노예족이다

해외 유명 브랜드의 시판가격이 또 올랐다. 화장품에서 가방·의류·시계에 이르기까지 이른바 '명품'이라는 외국산 브랜드들이 약속한 것처럼 한꺼번에 가격을 5~25%까지 올렸다. 가격을 올린 수입상과 판매점들은 3월부터 시행될 개별소비세를 반영했다고 하지만 수요와 공급의 원칙으로 따지자면 시장상황을 확인한 뒤 가격을 결정하는 게 정상적이다. 한국 소비자를 봉으로 여기지 않고는 이럴 수 없다.


유명 브랜드의 배짱영업보다 더 한심한 것은 명품을 찾는 국내 수요다. 합리적 소비는 간 곳이 없고 같은 품질의 제품이라도 가격이 비쌀수록 구매하는 왜곡된 과시성 소비욕이 배짱영업을 불렀다. 일부 유명 브랜드는 가격을 올리고도 제품이 없어 못 팔 지경이란다. 물론 원론적으로는 제 돈 갖고 좋은 물건 산다는 데 말릴 일은 아니다. 그러나 마냥 손 놓고 보기에는 해악이 너무 크다. 비뚤어진 과시욕이 야기한 '명품' 구매 행렬로 계층 간 위화감이 심화하고 어린 청소년들이 이런 물건을 사려고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도 허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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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에 대한 쏠림 현상은 사회안정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유명 브랜드를 구매할 수 있는 계층은 돈이 많거나 사회적 명성을 지닌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땀 흘려 일하고 공부하며 저축해 이룬 성과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질시어린 시각을 받는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명품으로 상징되는 천민적 소비다.

한국 시장에서 유명 브랜드를 파는 회사들은 고객을 우대하고 존경할까. 우대한다면 가격을 올리지 않았을 터이다. 존경은커녕 졸부로 여기기 십상이다. 요즘은 주춤해졌지만 중국에서 명품 판매가 폭증한다는 소식을 우리는 어떻게 여겼는가. 후진사회라고 비웃었다. 우리가 딱 그 짝이다. 해외 브랜드로 걸친 사람에 대한 표현도 이제는 바로잡아야 한다. '명품족'이 아니라 '노예족'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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